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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98] 북한 골프에서 왜 '라커룸'을 '갱의실'이라 말할까

2026-02-17 05:52:56

 평양 골프장 전경
평양 골프장 전경
‘라커룸’은 영어 ‘locker room’을 발음대로 표기한 외래어이다. 자물쇠를 의미하는 ‘locker’와 방을 의미하는 ‘room’ 두 단어가 결합한 이 말은 ‘자물쇠 달린 개인 보관함이 있는 방’이라는 뜻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탈의실이자 팀 결속의 상징적 공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확장됐다.

locker는 자물쇠를 뜻하는 ‘lock’과 무엇을 하는 대상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합해진 말이다. lock는 고대 영어 ‘loc’에서 유래했으며, ‘닫다·잠그다’의 의미를 지닌 게르만계 어원이다. 19세기 영어에서 locker는 ‘자물쇠로 잠그는 보관함’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room 어원 고대 영어 ‘rum’에서 왔으며, ‘공간, 여유 있는 자리’라는 뜻이었다. 이후 “방, 실내 공간”의 의미로 확장됐다.

locker room이라는 말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에서 학교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체육관·구장 안에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마련되면서 생겼다. 미국 폴 딕슨 야구 사전에 따르면 라커룸은 클럽하우스 내에 있는 특별한 장소로 선수들이 옷을 갈아있는 장소이며, 일반인에게 출입된 폐쇄된 장소이다. (본 코너 1697회 ‘북한 골프에서 왜 '클럽하우스'를 '봉사건물'이라 말할까’ 참조)
골프장 라커룸은 이용객이 경기 전후에 옷을 갈아입고 개인 물품을 보관하며, 샤워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단순한 탈의실을 넘어 골프장의 서비스 품격을 가늠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라커룸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은 1960~70년대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대 스포츠가 확산되던 일제강점기에는 ‘탈의실(脫衣室)’이라는 한자어가 주로 쓰였다. 신문 기사나 학교 체육 기록에서 라커룸이 간혹 등장하긴 했지만, 대중적 용어는 아니었다. 산업화와 함께 체육관·경기장 시설이 현대화되고, 프로스포츠와 기업 스포츠단이 생기면서 영어식 용어가 빠르게 퍼졌다. 특히 1980년대 프로야구·프로축구 출범을 전후해 라커룸이라는 표현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일반화됐다.

골프에선 1960~7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건설된 회원제 골프장들이 클럽하우스 내에 라커룸이라는 영어 표기를 공식 사용했다. 고급 스포츠 이미지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영어식 용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북한 골프에선 라커룸을 ‘갱의실(更衣室)’이라는 한자어로 부른다. ‘고칠 갱(更)’, ‘옷 의(衣)’, ‘집 실(室)’로 된 갱의실을 직역하면 ‘옷을 갈아입는 방’이 된다. 탈의실과 같은 의미이다. 갱의실은 공간의 쓰임에 충실한 이름이다. 화려함 대신 기능을, 세계성 대신 자립성을 택한 언어다.

북한 골프는 외래어를 그대로 음역하기보다 기능을 드러내는 토박이말이나 한자어로 순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퍼트는 ‘마감치기’, 티박스는 ‘타격대’, 클럽하우스는 ‘봉사건물’로 바꿔 부른다. (본 코너 1694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말할까’, 1696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말할까‘, 1697회 ’북한 골프에서 왜 '클럽하우스'를 '봉사건물'이라 말할까‘ 참조)
이는 언어를 통해 문화의 자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일성 시기부터 강조된 ‘문화어’ 정책의 연장선이다. 외래어 남용을 경계하고, 민족어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국가적 방침이 생활 영역 곳곳에 스며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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