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골프이야기] 도파민의 함정 – 잘 맞은 샷이 다음 샷을 망친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020233457035346cf2d78c681245156135.jpg&nmt=19)
△완벽한 샷의 유혹
“오늘은 느낌이 좋아.” 그 말이 나온 순간 이미 마음속에서는 작은 함정이 시작된다. 1번 홀 티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곧게 뻗는다. 손맛도 좋고, 탄도도 완벽하다. 동반자들이 감탄한다. 그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쾌감, 성취감, 자부심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감각을 계속 유지해야 해.” 그 순간 도파민의 보상회로가 다시 작동한다. 뇌는 방금 경험한 쾌감을 기준점으로 저장하고 이보다 더 큰 만족을 원하기 시작한다. 결국 2번 홀 티박스에 서면 방금의 완벽한 샷을 ‘재현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하지만, 그 욕망은 거의 언제나 실수로 이어진다.
뇌과학에서 도파민은 단순한 행복 물질이 아니다. 그건 ‘쾌감의 결과’가 아니라 ‘기대의 신호’다. 즉, 도파민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의 순간에 폭발한다. 잘 맞은 한 샷은 뇌 속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뇌는 “이 행동이 나에게 쾌감을 줬다”고 학습한다. 그리고 곧바로 더 큰 보상을 예측하며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조금 더 세게 쳐도 될 거야.”, “조금 더 공격적으로 붙여야지.” 이 예측은 이성적 판단보다 훨씬 빠르다. 이때 전전두엽의 통제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다. 냉정한 판단보다 도파민이 만든 환상이 스윙을 지배한다. 결과는? 너무 강한 임팩트, 몸이 들리고, 헤드가 열리며, 공은 오른쪽 OB로 날아간다. 완벽했던 한 샷의 기억이 다음 샷의 함정이 되는 순간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 – 완벽을 고치려다 망치다.
이럴 때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바로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소의 뿔이 비뚤어져 그것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골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금만 더 완벽하게 하려는 의욕이 오히려 리듬을 깨뜨리고, 결국 전체 스윙을 망가뜨린다. 도파민이 만든 ‘완벽의 환상’은 마치 뿔을 바로잡으려는 인간의 본능과 같다.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정교하게, 하지만 그 ‘조금 더’가 바로 함정이다.
△뇌는 쾌감을 기억하지만, 실패는 더 오래 남는다.
○ 잘 맞은 샷 이후, 가장 조심해야 할 순간
프로 선수들은 알고 있다. “버디 다음 홀이 가장 위험하다.” 도파민이 급상승한 상태에서 전전두엽의 억제력이 약해지고 판단이 감정에 치우친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적으로 ‘루틴’을 넣는다. 티박스로 가기 전에 천천히 숨을 고른다. 성공의 기억을 일부러 “닫는다.” 다음 홀은 ‘새로운 경기’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신경학적 안정 루틴이다. 루틴이 편도체의 과잉활동을 진정시키고 세로토닌이 감정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균형
도파민이 ‘흥분’이라면, 세로토닌은 ‘평온’이다. 골프는 이 두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싸우지 않고 춤추게 만드는 예술이다. 너무 들뜨면(도파민 과다) 판단이 흐려지고, 너무 위축되면(세로토닌 과다) 도전이 사라진다. 이 균형이 바로 ‘중용(中庸)’의 뇌 리듬이다. 즉,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마음의 상태가 유지될 때 스윙은 가장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도파민 관리의 기술
골프에서 도파민을 이기는 방법은 ‘억제’가 아니라 ‘이해’다. 그 물질은 악이 아니라 동력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에 ‘끌려다니는 순간’을 모른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파도는 생각보다 짧다. 평균 15~20초 안에 급상승했다가 빠르게 떨어진다. 즉, 그 짧은 시간만 버티면 된다. 그때 필요한 것은 루틴이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시선을 멀리 자연에 두며,
다음 공을 새로운 출발로 인식하는 것이다. “방금의 샷은 끝났다. 다음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그 한마디가 뇌의 리셋 버튼을 누른다.
△골프, 욕망의 심리학
결국 골프는 더 멀리, 더 정확히, 더 멋지게 치고 싶은 ‘욕망의 운동’이다. 그 욕망이 스윙을 만들고 때로는 무너뜨린다. 그러나 욕망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 중요한 건 ‘욕망을 조율하는 뇌의 리듬’을 아는 것이다. 뇌를 이기려 하지 말고 이해하라. 도파민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활용하라. 그것이 바로 생각의 골프다.
△완벽보다 균형
잘 맞은 샷에 도취되지 말 것. 실수한 샷에 절망하지 말 것. 도파민은 순간의 폭죽일 뿐, 라운드는 마라톤이다. ‘과유불급’이 판단의 철학이라면 ‘도파민의 함정’은 감정의 철학이다. 골프의 본질은 완벽이 아니라 균형이다. 완벽은 순간의 쾌감으로 끝나지만 균형은 오랜 리듬으로 남는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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