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08075542021735e8e9410871751248331.jpg&nmt=19)
배드민턴은 원래 영국 귀족의 전통 놀이에서 비롯된 영어식 명칭이다. 배드민턴은 영어 발음을 우리 말로 표기한 외래어이다. 알파벳으로 ‘Badminton’이라고 쓴다. 배드민턴이라는 말은 영국 지명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1873년 영국 서남부지역에서 뷰포트 공작이 소유한 글루세스터셔주의 ‘배드민턴 하우스(House)’에서 경기를 한 게 인연이 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1860년대 초 런던의 장난감 판매상이었던 아이작 스프랫이 ‘Badminton Battledore-a new game’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 여기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한국에 배드민턴 경기가 보급된 것은 해방후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의 배드민턴은 놀이의 성격을 띤 것으로서 1957년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조직되면서 경기적 배드민턴이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본 코너 1051회 ‘왜 배드민턴이라 말할까’ 참조)
북한은 배드민턴이라는 단어를 제국주의 문화의 잔재로 간주했다. 영어 발음과 어원을 그대로 쓰는 것은 ‘사상적 오염’으로 받아들였다. 공에 깃털이 달려 있고, 그것을 라켓으로 쳐서 넘기는 운동이라는 점에 착안해 ‘깃털공치기’라는 새 이름을 만들었다. 운동의 특성과 인민의 언어 감각이 결합된, 전형적인 북한식 문화어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북한의 체육잡지 ‘조선체육’은 “깃털공치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인민적 운동이며, 몸단련에 이로운 집단체육이다”라고 설명한다. 외래어 대신 토박이말을 쓰는 것은 단순한 언어 순화가 아니라, 자주적 문화의 선언인 것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쯤 국제배드민턴연맹(BWF) 회원국에서 탈퇴해 BWF가 주최하는 각종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회원국 회비를 납부할 여력이 없어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BWF의 대륙별 산하단체인 아시아배드민턴연맹(BAC)에 다시 가입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의 ‘깃털공치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적 혁명관을 반영한다. 작은 말 하나에도 사회주의의 가치와 자주적 문화의식이 스며 있다. 언어를 고쳐 부르는 일, 그것이 바로 그들의 체제적 자기표현이다. 우리는 ‘깃털공치기’라는 말 속에서 북한 사회의 언어 철학과 사상적 긴장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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