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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96] 북한에선 왜 ‘체조’를 ‘몸단련운동’이라 말할까

2025-11-05 05:49:44

2016 리우 올림픽서 북한의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리세광 경기 모습
2016 리우 올림픽서 북한의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리세광 경기 모습
북한에선 ‘체조(體操)’ 대신 ‘몸단련운동’이라고 말한다. 원래 체조라는 말은 몸 체()잡을 조()‘가 합성된 일본식 한자어이다. 신체 각 부분의 고른 발육, 건강 증진, 체력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일본대백과전서에 따르면 메이지5년인 1872년 일본 청소년 교육을 위한 초등학교에 체술(體術)‘을 도입했으며, 이듬해인 1873체조(體操)‘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체조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조선말 고종 때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899년 대한 광무 375일자에 학부령(學部令) 9, 의학교 규칙(醫學校規則)을 시행하였다. 수업 연한은 속성과 3개년으로 정하고, 학과는 동물, 식물, 화학,물리,해부, 생리, 약물, 진단, 내과, 외과, 안과, 부영(婦嬰), 위생, 법의, 종두, 체조과를 둔다. 국내 의술이 발달하기를 기다려 다시 연한을 정하여 매우 절실한 의술을 교수한다고 기술했다.

체조는 영어 ‘Gymnastics’와 독일어 ‘Gymnastik’를 번역한 말이다. 모두 그리스어로 나체를 뜻하는 ‘Gymnos’가 어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달리기, 뛰기, 던지기, 복싱, 레슬링 등 여러 경기가 나체로 진행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리스어로 벌거숭이를 뜻하는'γυμνός(gymnós)'에서 유래했다. ‘γυμνάζω(gymnazo)’는 벌거벗고 운동하다는 의미가 됐으며 라틴어, 중세 그리스어를 거치면서 ‘Gymnasticos’‘Gymnazein’으로 변형됐다. 'Gymnazein'은 체육관을 의미하는 ‘Gymnasium’으로 발전했다. (본 코너 851체조(體操)’라고 말할까참조)

북한은 해방 이후 ‘조선말의 주체화’를 내세우며 외래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정리했다. ‘체조(體操)’는 일본식 교육 체계에서 비롯된 용어로, “비인민적이고 추상적인 말”로 규정했다.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생활어, ‘몸단련운동’을 ‘체조’ 대신 사용했다. 북한에서 체육은 개인의 취미나 미적 표현이 아니라, ‘혁명적 인간’을 키우는 도구로 간주된다. 체조가 예술적 기교와 개인의 기량을 상징한다면, 몸단련운동은 집단의 규율과 체제의 힘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북한식 체육은 미(美)가 아니라 투지(鬪志)를 위한 것이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참조)
‘몸단련운동’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 첫째, 육체의 건강을 가꾸는 행위로서의 체육. 둘째, 사상과 정신을 함께 다지는 행위로서의 혁명 훈련이다. 북한의 체육담론 속에서 “몸단련운동은 사상단련의 거울이며, 혁명적 기백의 표현”이라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을 다스리는 일은 곧 마음을 단련하는 일이라는 논리다. 북한의 ‘몸단련운동’은 결국 ‘몸의 단련’을 넘어 ‘정신의 단련’을 뜻한다. 외래어를 버리고 고유어를 선택한 것처럼, 체육도 체제의 색깔로 물들었다. 북한에서 기계체조는 '기구몸단련운동', 리듬체조는 '율동몸단련운동, 그리고 마루운동은 '바닥운동'이라고 각각 칭한다.

북한은 세계적인 체조 강국이다. 특히 올림픽에서 성적이 두드러졌다. 배길수는 1992년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루(기계체조)에서 북한 체조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홍은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리세광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각각 획득한 바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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