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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91 북한에선 ‘농구’를 왜 ‘바구니공던지기’라고 말할까

2025-10-31 06:50:37

1999년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최장신(2m35) 리명훈(오른쪽)
1999년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최장신(2m35) 리명훈(오른쪽)
‘농구(籠球)’는 일본 메이지시대에 영어 ‘basketball’를 번역해 만든 일본식 한자어이다. 이는 바스켓(Basket)과 볼(Ball)의 합성어로 된 영어를 직역한 것이다. ‘籠(바구니 농)’과 ‘球(공 구)’의 조합으로, ‘바구니에 공을 넣는 운동’이란 뜻이다.

스포츠용어들이 고대어·라틴어 뿌리를 둔 것과 달리, ‘basketball’은 19세기 미국식 실용언어의 산물이다. 1891년 겨울, 미국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필드 YMCA 체육학교에서 캐나다 출신 미국 체육교사 제임스 네이스미스는 겨울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던 차에체육관 발코니 기둥에 복숭아 바구니(peach basket)를 달고, 축구공을 던지게 했다. 경기 규칙은 13개뿐이었고, 공을 바구니에 ‘던져 넣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이 새 경기를 부르며 “Let’s play basket ball! (바구니공 하자!)”라고 말한 것이 최초의 구어적 사용이었다.
이후 두 단어가 붙어 ‘Basketball’이라는 고유명사로 정착했다. (본 코너 352회 ‘왜 농구(籠球)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에선 ‘농구’를 ‘바구니공던지기’라고 부른다. 영어 원어를 우리말 어법에 맞게 재구성했다. ‘바구니공던기지’는 ‘바구니’, ‘공’, ‘던지기’ 세 단어로 돼 있다. ‘-기’는 명사형 어미로 ‘던지는 행위’를 뜻한다. ‘바구니공던지기’는 ‘공을 바구니에 던지는 경기’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이 표현은 북한이 추구하는 ‘쉽고 명확하며, 외래어에 의존하지 않는 조선말’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언어의 ‘주체화’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순우리말 사용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사상적 독립을 이루겠다는 정책이었다. 1964년 ‘조선어를 발전시키는데서 나서는 몇가지 문제’라는 담화에서 김일성은 “말도 사상도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우리 인민의 생활과 감정에 맞게 써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언어학자 리석준은 ‘조선말규범집’(1981)에서 “일본식 체육명칭은 사상적으로 불순한 외래어이다. 우리식으로 순화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바구니공던지기’는 어린이, 농민, 노동자 등 북한 사람이면 누구나 뜻을 알 수 있는 표현이다. 이는 엘리트 중심의 영어식 체육문화가 아니라, “모든 인민이 함께 즐기는 대중체육”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언어전략이다.

북한 로동신문은 1985년 9월12일자에서 “바구니공던지기 경기는 인민의 신체를 단련하고 집단적 협동정신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북한은 스포츠를 통한 민족 화합과 교류 확대를 목표로 남북통일농구대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첫 대회는 1999년 9월 평양에서, 두 번째는 2003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합의로 추진된 교류 사업의 하나였다. 남북통일농구대회는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라 냉전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스포츠 외교의 대표적 사례로 남북 언어·문화 비교의 생생한 자료로 평가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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