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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90] 북한에선 왜 ‘MVP’를 ‘가장 훌륭한 선수’라고 말할까

2025-10-30 05:22:51

지난해 여자축구 U-17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단. [FIFA SNS 캡처]
지난해 여자축구 U-17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단. [FIFA SNS 캡처]
스포츠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는 ‘MVP’를 수여한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의 약자이다. 직역하면 가장 가치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최우수선수(最優秀選手)로 쓴다. 일본에서 만든 조어인데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이 말을 그대로 쓰고 있다.

MVP 유래는 불분명하다. 미국 스포츠 백과사전이나 영어 사전 등을 검색해봐도 어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1700년대부터 미국 언론등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는 않다. 아마도 세 개의 단어로 조합돼 이루어진 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MVP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Valuable’일 것이다. ‘Value’(가치)에 접두사 ‘Able(할 수 있는)’이 붙은 형용사로 가치있다는 뜻이다. ‘Value’는 라틴어 가치있는 이라는 의미의 ‘Valere’에서 유래된 말이다. 가치있는 선수 가운데 최고라는 뜻인 ‘Most’를 써 MVP는 가장 가치있는 한 명에게만 수여하는 상이라는 의미이다. 즉 한자어로 가장 우수한 선수인 최우수선수라는 말로 해석됐던 것이다. (본 코너 218회 ‘왜 ‘MVP’를 ‘최우수선수(最優秀選手)’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에선 ‘MVP’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가장 훌륭한 선수’라는 표현을 쓴다. 단어 하나의 차이 같지만, 그 속에는 체제와 사상적 배경이 깊게 깔려 있다. 북한은 1950년대 이후 외래어를 없애는 ‘조선말 다듬기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언어 속에 제국주의 문화가 스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어, 일본어, 심지어 남한식 한자어까지도 ‘사대주의 잔재’로 규정됐다. ‘MVP’ 역시 영어식 약어를 배척하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토박이말 ‘가장 훌륭한 선수’로 순화됐다.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체육’(2018)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로 뽑힌 김영철 선수는 자기의 기술적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하여 공화국의 체육영예를 높였다”고 전했다. 북한 체육은 경기의 승패보다 ‘정신’과 ‘집단’을 중시한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참조)

‘가장 훌륭한 선수’는 단지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국가와 집단을 위해 헌신하고, 동료를 도우며, 충성심과 인민적 품성을 갖춘 사람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가장 훌륭한 선수’는 경기장의 영웅이 아니라 사회주의 인간형의 표상이다. 남한의 MVP가 개인의 능력과 성취를 상징한다면, 북한의 ‘가장 훌륭한 선수’는 집단과 국가에 대한 충성, 모범적 태도, 정신적 기개를 평가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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