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김범수가 남긴 평균자책점(ERA) 2.25는 겉보기에는 리그 최정상급 구원 투수의 성적표다. 하지만 투수의 순수 통제력을 측정하는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FIP는 3.45로 실제 방어율과의 간극이 무려 1.20에 달했다. 이는 탈삼진이나 볼넷 관리 같은 투수 본연의 억제력보다, 수비력이나 운에 의해 실점이 지워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부 지표를 파고들면 이른바 '성적 세탁'의 흔적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김범수의 승계주자 실점률(IRS)은 23.9%로 타인이 만든 위기를 막아내는 데는 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주자를 내보내고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뒷 투수가 실점을 막아주지 못한 인계주자 실점률(BQS%)은 33.3%에 달했다. 역설적으로 이 지표는 김범수의 2점대 방어율이 동료들의 헌신적인 조력 위에 세워졌음을 증명한다. 김범수가 루상에 남기고 간 주자 33명 중 3분의 1이 홈을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22명(66.7%)을 후속 투수들이 실점 없이 막아낸 덕분에 그의 자책점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동료들이 그가 저지른 사고를 이토록 처절하게 수습해주지 않았다면, 2.25라는 방어율은 결코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50%에 달하는 높은 땅볼 비중 역시 한화의 견고해진 내야 수비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공은 KIA 타이거즈로 넘어왔다. 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펜 안정감이 떨어지는 KIA 마운드 환경에서 김범수는 더 이상 동료들의 완벽한 '뒷수습'에 기댈 수 없는 처지다. 만약 그가 올해도 고질적인 볼넷 허용률을 극복하지 못하고 데이터의 회귀 본능에 직면한다면, 20억의 계약금은 안락한 투자가 아닌 불안감 섞인 고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의 보호막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 김범수가 과연 자신의 2점대 방어율이 실체였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광주 팬들의 시선은 설렘보다는 의구심 섞인 긴장감으로 그의 첫 투구를 기다리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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