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축구의 몰락은 '오만'에서 시작됐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이후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단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변변한 국제 대회 성적조차 없던 팀을 아시아의 복병으로 키워낸 것은 전적으로 그의 공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성과에 취해 선을 넘었다. 더 화려한 이름값을 가진 유럽 출신 감독이 오면 월드컵 본선행도 수월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이다. 결국 협회는 신 감독과의 동행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며 사실상의 '토사구팽'을 선택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졌다는 후임 감독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문화와 선수들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신 감독이 수년에 걸쳐 다져놓았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귀화 선수들과 현지 선수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월드컵을 향한 꿈은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고, 자카르타의 열광은 협회를 향한 분노와 신태용 감독을 그리워하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김상식 감독은 부임 직후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박항서 시절의 강인한 정신력을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24년 미쓰비시컵 정상에 오르며 동남아 맹주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특히 최근 U-23 대회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팬들은 이를 두고 'K-매직의 귀환'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두 나라의 희비는 감독 한 명의 교체가 단순히 경기 결과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가 축구의 시스템과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공의 원동력을 스스로 파괴한 인도네시아와 실패를 인정하고 검증된 해답을 다시 찾은 베트남. 2026년 현재, 동남아 축구의 왕좌는 다시 하노이를 향해 기울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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