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작 전부터 기세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베네수엘라 팬들은 꽹과리와 나팔을 동원해 경기 내내 광적인 응원을 퍼부었다. 마치 축구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열정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고국의 어려운 정세 속에서 야구로 하나 되려는 결사항전의 의지였다. 반면, 미국 관중석은 상대적으로 정적이었다. 간간이 터져 나온 구호는 베네수엘라의 조직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에 압도당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를 두고 열망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에게 이 우승은 인생의 전부였지만, 미국 선수들에게는 오프시즌의 중요한 이벤트 정도로 느껴졌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미국의 패배가 더 뼈아픈 이유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무기력한 타격 때문이다. 정규 시즌 홈런왕이자 팀의 주장인 애런 저지는 결승전에서 4타수 무안타 3삼진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헛스윙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미국 팬들에게 포스트시즌의 악몽을 재현했다. 브라이스 하퍼가 8회 극적인 2점 홈런으로 불씨를 살렸으나, 이후 타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갑게 식었다. 베네수엘라 투수진의 공격적인 몸쪽 승부에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이애미의 뜨거운 밤은 결국 베네수엘라의 광기 어린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패배는 종주국 미국 야구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실력만으로는 더 이상 국제 무대를 지배할 수 없으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굴 국가대표로서의 투지가 회복되지 않는 한, 다음 대회에서도 마이애미의 밤은 타국의 축제로 끝날지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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