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계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김효주와 임성재, 두 사람 모두 "돌아가는 중"이었다. 한 명은 11년 전 처음 우승한 바로 그 대회로, 다른 한 명은 4년 5개월 동안 잊고 있던 우승의 감각으로.
결과부터 말하면, 두 사람 다 흔들렸다. 차이는 한 명이 끝까지 버텼다는 것뿐이다.
경기 초반부터 보기가 쏟아지면 뇌는 "이대로 무너지는 건 아닌가"라는 공포 신호를 전전두엽보다 먼저 발사한다. 판단보다 두려움이 빠른 것이다. 마지막 라운드, 태평양 건너편 두 코스에서 그 현상이 동시에 벌어졌다.
임성재는 사흘 내내 단독 선두를 지키며 두 타 차 리드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그런데 2번 홀부터 보기가 시작됐다. 3번 홀에서 또 보기, 10번 홀까지 보기 다섯 개. 손목 부상 복귀 후 두 대회 연속 컷 탈락을 딛고 올라선 선두였기에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뇌를 조여맸을 것이다. 우승은 뒤에서 조용히 올라온 맷 피츠패트릭이 마지막 18번 홀 버디로 가져갔다. 임성재는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같은 시각, 김효주의 뇌도 같은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사흘간 쌓아올린 다섯 타 차 리드가 최종 라운드에서 녹기 시작했다. 넬리 코다는 맹추격했고 한때 단 한 타 차까지 좁혀졌다. 김효주 역시 이날 1오버파를 기록했다. 편도체의 경보는 분명히 울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서 '절차 기억'이라는 개념을 꺼내야 한다. 자전거 타는 법처럼 몸이 기억하는 기술, 의식이 잊어도 소뇌와 기저핵이 간직하고 있는 뇌의 근육 메모리다. 김효주는 인터뷰에서 "11년 전 우승 당시 상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뇌는 기억하고 있었다.

금의환향(錦衣還鄕).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간다는 뜻이다. 초나라 항우가 "부귀해지고서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김효주에게 파운더스컵은 고향 같은 대회다. 루키 시절 처음 비단옷을 걸친 곳이다.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뇌가 그 길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이보다 정확한 금의환향이 또 있을까.
임성재는 아쉽지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부상 복귀 후 시즌 첫 톱텐, 그것도 공동 4위라면 마스터스를 향한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뇌과학은 실패한 시도도 절차 기억의 재료가 된다고 말한다. 선두에서 느낀 심박수, 갤러리의 함성 속 집중력의 파동, 코퍼헤드 코스 18번 홀의 바람까지. 그 모든 감각이 다음 우승 도전의 밑거름으로 소뇌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다.
이번 주는 당신이 오래전에 즐기던 레저를 하나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 한동안 손놓고 있었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김효주의 뇌가 11년 전 코스를 기억했듯이 당신의 뇌도 그 시절의 스윙과 페달과 물살을 어딘가에 고이 접어두고 있을 테니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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