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서효원(왼쪽)과 북한의 김남해가 남북 단일팀 시범경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2306563301515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drive’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treiben’이 어원이며, 네덜란드어 ‘driiven’을 거쳐 고대 영어 ‘drifan’에서 변형됐다. 스포츠용어로는 크리켓에서 1827년 처음 사용했으며, 골프에서도 1836년 쓰기 시작했다. 미국 야구서는 1871년 ‘line drive’와 함께 강하게 친 볼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드라이브라는 말을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조선일보 1934년 5월5일자 ‘자동차·로——맨스’ 기사는 ‘그때 언젠가는 젊은 두남녀를 실코 이길을『드라이브』한적이잇거니—— 오—『매기』의고향 동리어구에는 그나무가 그대로서잇구나!그리운 그사람은 아직도 이곳에서 땅을파먹고잇는지 업는지’고 전했다. 조선일보 1935년 3월15일자 ‘세계정구계(世界庭球界)의영재(英才)푸로무윗취군(君)’ 기사는 ‘【윤돈발연합우신(倫敦發聯合郵信)】얼마전에 행(行)한 호주대구주대항정구전(濠洲對歐洲對抗庭球戰)에 호주대표(濠洲代表)로 출장(出塲)한『죤·푸로윗쥐』군(君)(十六歲)은 서반아(西班牙)의 떼배선수(盃選手)『엔릭크·메야—』들 이겨서 아연장래(俄然將來)를 촉망(囑望)밧고잇는데 동군(同君)은 금년 십육세(今年十六歲)의소년(少年)으로『크로포—드』의후계자(後繼者)도 지목(指目)되고잇다『푸로윗사』군(君)은『써—비스』를 우수(右手)로 늣코『포어핸드·드라이브』는 양수(兩手)로『라켓』을쥐이고『빽핸·스트로그』는 전부좌수(全部左手)를 쓰는 기묘(奇妙)한 정구술(庭球術)을가진 영재(英才)이다’라며 런던발 기사로 전했다. 두 기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때부터 드라이브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탁구에선 드라이브를 ‘회전치기’라고 부른다. 공에 강한 회전(스핀)을 걸면서 앞으로 보내는 기술이라는 특징을 반영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공이 돌면서 날아간다는 의미인 한자어 ‘회전(回轉)’과 공을 치는 동작을 뜻하는 우리말 ‘치기’의 합성어로 회전시키며 치는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를 몰라도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다. 북한식 탁구 용어에는 치기라는 말을 많이 쓴다. ‘스매시’는 ‘내리치기’, ‘커트’는 ‘깎아치기’라고 말한다. (본 코너 1027회 ‘왜 탁구에서 ‘스매시’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식 용어는 직관적이고, 설명적이며, 초보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표현이 오히려 더 ‘교육적’이라는 사실이다. 초보자가 “드라이브를 걸어라”라는 지시를 들었을 때와 “회전치기를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후자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 기술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게 만드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전치기라는 단어는 단순한 번역어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언어를 다루는 방식, 그리고 지식을 전달하는 철학까지 담고 있는 표현이다. 우리는 익숙함 때문에 드라이브라는 말을 당연하게 쓰고 있지만, 어쩌면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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