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구의 거목으로 꼽히는 박한 전 감독의 지휘봉 시절은 종종 '해줘' 농구라는 애정 어린 밈으로 회자된다. 정교한 전술적 디테일이나 벤치의 세밀한 지시보다는 코트 위 선수들의 투지와 역량에 기대는 비중이 컸던 탓이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공격과 수비가 안 돼"라는 단순명쾌하면서도 허탈함이 묻어나는 어록은, 결국 선수가 해줘야 경기가 풀린다는 프로 스포츠의 냉혹한 진실을 가장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야구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령탑들의 입에서도 이와 결을 같이하는 속 타는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화 이글스를 이끄는 김경문 감독은 최근 타선의 침묵과 만루 찬스 무산이라는 거듭된 아쉬움 속에서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팀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방망이가 터져주지 않는 상황을 두고 "선수들이 해줘야 연승으로 갈 수 있다"며 분발을 촉구한 발언은 벤치의 애타는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박한의 직관적인 탄식부터 김경문과 염경엽이 쏟아낸 뼈아픈 토로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책임을 떠넘기는 핑계라기보다는 벼랑 끝에 선 사령탑들의 진짜 속내에 가깝다. 결국 화려한 전술과 데이터의 시대라 할지라도 그라운드 위 방망이를 돌리고 공을 던지는 것은 선수이며, 그 안에서 웃고 우는 감독들의 한숨은 성적을 향해 달리는 프로 스포츠의 가장 뜨겁고도 외로운 이면을 대변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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