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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0]LG팬들의 추억, 'LG 할아버지'와 '달마 아저씨'

밤/낮을 가리지 않고 LG를 응원했던 '전국구 LG팬'

2014-07-12 12:30:47

▲1990년대LG의열성팬이었던'LG할아버지'박기홍옹(翁).사진│KBSN방송화면캡쳐
▲1990년대LG의열성팬이었던'LG할아버지'박기홍옹(翁).사진│KBSN방송화면캡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0일, LG와 두산이 맞대결을 펼친 잠실구장에서는 다소 흥미로운 경기 결과가 도출됐다. 초반 선취점으로 LG가 기세를 올리는가 싶더니, 두산이 선발 류제국의 난조를 틈타 손쉽게 역전하며 다시 분위기를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굳히려는 듯 그들은 거의 매 이닝 점수를 내며 승리를 굳히는 듯싶었다. 8회 말 LG 공격 전까지 전광판에는 12-4로 두산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견될 것임을 알려줬다. 그런데 상황은 8회 말부터 묘하게 흘러갔다.

2번 정성훈의 안타로 시작된 LG의 공격은 이후 박용택과 스나이더가 볼넷과 안타로 다시 출루하며 기회를 맞았다. 이진영의 투수 땅볼로 공격이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 무렵, 6번 타자로 출전한 이병규(등번호 7번)가 일을 냈다. 그가 김강률을 상대로 친 타구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 같은 경기는 12-8까지 좁혀졌고, LG는 이후 8, 9회에 4점을 더 내며 경기 끝까지 두산을 괴롭혔다. 만약에 경기 도중 나온 몇 차례 주루 플레이/수비 미스와 9회 초 등장한 정찬헌의 실점이 없었다면 LG의 대역전승도 불가능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LG 선전에 힘을 낸 두 명의 팬, ‘이제는 아련한 추억’
비록 12-13으로 패했지만, LG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흥미로운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4일 휴식 뒤에 열리는 삼성과의 홈 2연전을 준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스나이더의 합류로 타력과 수비에서 어느 정도 전력 보강에 성공한 만큼, 마운드의 안정만 이루어진다면 LG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대가 가능한 것도 지난해 오랜만에 가을 무대를 경험한 LG 팬들의 염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팬들 중에는 ‘선수들도 알 만한’ 이들도 있어 야구 외적인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이는 1990년대, LG가 가장 잘 나갔을 때 항상 단상에서 LG를 응원했던 故 박기홍 옹(翁)과 반대로 LG가 가장 어려움에 처했던 2000년대에 늘 관중석에 등장했던 故 박제찬씨였다.

박기홍 옹(翁)은 당시 ‘LG 할아버지’로 큰 유명세를 탄 이였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잠실야구장 응원석에서 빠짐없이 MBC 청룡과 LG 트윈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이 TV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혔던 것이 그 시초였다. 때로는 원정 경기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남다른 LG 사랑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당시 LG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김재박 KBO 경기감독관은 선수 시절에 LG 할아버지가 경기장에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LG 할아버지의 응원은 박 옹이 1992년 1월 30일, 향년 87세로 타계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지금도 LG의 올드 팬들 중에는 ‘붉은 점퍼와 검은색 모자를 쓰고 흰 장갑을 낀 채 호루라기를 불며’ 언제나 치어리더들과 함께 LG 트윈스를 열렬히 응원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이후에는 ‘달마 아저씨’로 유명세를 탔던 박제찬씨가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LG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내/외야, 심지어는 지정석까지 넘나들며 LG를 응원해왔는데,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본 LG팬들은 그에게 ‘달마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야구 시즌이 끝난 이후에는 꾸준히 LG와 관련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변함없는 ‘LG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상훈 현 고양 원더스 코치도 ‘그룹 WHAT’을 결성하여 오프시즌에는 밴드 활동을 펼쳤는데, 그러한 공연에도 ‘달마 아저씨’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먼발치에서 이상훈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한 달마 아저씨를 향하여 이상훈은 자신의 애장품을 선물하며, 그곳까지 찾아 온 데에 대한 답례를 표했다.

모든 LG 선수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했던 ‘달마 아저씨’였지만, 정작 그가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박용택이었다. 선수 사인회가 열릴 때마다 그 앞에 다가서지 못하고, 한없이 부끄러워했던 그를 박용택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박제천씨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이후 박용택은 즉각 빈소를 찾아 자신을 끝까지 응원해 준 데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꽤 유명세를 탔던 ‘특정 팀 팬’의 존재는 분명 특별하다. 구단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순수한 팬심(心)의 발로가 ‘LG 할아버지’와 ‘달마 아저씨’의 존재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이러한 팬을 둔 구단은 성적과 관계없이 ‘타고난 복(福)’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야구로 이에 대한 사랑’을 보답해 주는 것이 그러한 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프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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