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골프 여왕’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자신의 골프인생을 되돌아보는 한편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앞두고 24일 태국 파타야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박세리는 “사실 지금의 박세리를 만든 건 US여자오픈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해 맥도널드 챔피언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우승 또는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서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1998년 미국 무대에 데뷔하면서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서 전화가 와서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세리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3년을 목표로 뒀는데 단 3개월 만에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황당했겠나. 그런 상황에서 오기가 생겼고, 그로부터 정확히 1개월 후에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거다. 어느 우승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 대회가 가장 뿌듯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행정가와 내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골프 감독,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아카데미 설립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먼저 박세리는 LPGA 투어 이사에 대해 “그동안 이사직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LPGA 투어 측으로부터 제안도 받았지만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고사했다”면서 “이제는 제의가 들어온다면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맡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가로서 변모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지금부터 배워나가 후배들이 선수 생활뿐 아니라 은퇴 후의 계획을 착실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리우올림픽 골프 감독과 관련해 그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골프가 개인 종목이다 보니 하나의 팀을 이루기 어려운 종목이다. 몇 해 전 렉서스컵 주장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고, 굉장히 재미있었다”면서 “골프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올림픽 감독이라는 자리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서 동기 부여가 될 만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욕심이 난다”고 했다.
올 시즌 박세리의 최대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이다. 박세리는 “연습을 할 때 메이저 대회 코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할 정도다. 예를 들어 샷을 해도 ‘다이너쇼 코스’를 생각하면서 스윙을 한다”면서 “준비는 항상 많이 하지만 어렵다. 올해는 그래도 하나은행과 볼빅이라는 든든한 스폰서를 만났으니 더욱 열심히 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세리는 자신의 골프 인생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100점 만점에 15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그리고 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 여전히 뛰고 있는 박세리. 그는 자신의 골프인생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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