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했다. 교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폭력 대책 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전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내/외에서 학생 간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 측에서는 폭력/가혹행위에 대한 인지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3주(21일) 이내에 학폭위를 발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지훈련이 끝나고 폭력/가혹행위 사실을 학교 측에서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50여 일이 지난 상황에서도 이를 묵인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에서는 ‘추가 조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마니아리포트’에서는 본 사건에 대한 진실 확인을 위하여 해당 학교를 비롯하여 각계에 연락을 취하여 가혹 행위에 대한 처분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야구 명문고 폭력 사건, ‘본질’은 무엇인가?
단체 생활을 바탕으로 한 운동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운동부에서도 구타/가혹행위가 많았던 것도 상/하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팀을 하나로 묶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것이 일명 ‘줄빠따’로 통하는 구타로 이어졌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특정 학교로의 진학이 결정된 학생 선수가 구타를 두려워하여 지레 겁을 먹고 운동(야구)을 그만 두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학교들을 중심으로 ‘구타 없는 야구부 실현’을 지상 과제로 내세운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학생 야구에서 구타/가혹행위가 만연되어 있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간접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합숙’이 많은 야구부 특성상, 선/후배들이 한데 모여 생활하다 보면 구타 역시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전지훈련 기간 내내 구타/가혹행위가 발생하고, 심지어 음란 영상을 틀어놓고 이를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이른바 ‘성추행’까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구타/가혹행위 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가정해도 장기간 해외에서 머무는 동안 야구부 선/후배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다.
이에 본지에서 먼저 확인한 것은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는 서울특별시 교육청이었다. 교육청에서는 “(보도가 나간 이후) 조사가 시작됐다.”라면서 해당 사항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 및 감독/보고 소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도자 그룹(부장교사, 감독 및 코치)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대한야구협회 역시 마찬가지. 보도가 나간 직후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협회의 한 관계자는 “상벌위원회 개최를 통하여 사건의 경/중에 따라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라는 이야기로 해당 사건에 대한 진행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입장은 건을 관할하는 Y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담당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본지에서는 가혹행위가 일어난 해당 학교 측의 입장도 들어 보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수화기에서는 전화 연결음만 들려올 뿐, 아무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은 해당 사항에 대해 일찌감치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선수에 대해 ‘어른’들이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대로 시간을 끌 경우 또 다시 ‘없던 일’이 되어 오히려 가해자가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각계에서 진상 조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어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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