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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마니아썰]골프는 ‘팀워크 스포츠’다

선수와 캐디가 '팀'으로 일궈낸 우승트로피

2015-06-23 12:01:31

“팀으로 노력한 결과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22일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 직후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팀원이란 캐디 마이클 그렐러다.
스피스는 “나는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해냈다. 마이클이 그 누구보다 이 코스에 대해 잘 안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스피스는 평소 캐디 그렐러를 ‘나의 오른팔’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우승도 그의 말처럼 캐디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렐러가 캐디의 꿈을 키운 곳이 이번 US오픈이 열린 워싱턴주의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 베이 골프장이다. 수학 선생님이었던 그는 여름 방학마다 이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캐디 경력을 쌓았고,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코스 구석구석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피스의 우승을 견인했다. 스피스와 그렐러는 이미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마스터스에서도 우승을 합작하는 등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최나연은올시즌개막전이었던코츠챔피언십에서캐디인데이비드존스덕을톡톡히봤다.존스의조언덕에위기를모면한최나연은리디아고를제치고개막전우승컵을품에안았다.사진_박태성기자
최나연은올시즌개막전이었던코츠챔피언십에서캐디인데이비드존스덕을톡톡히봤다.존스의조언덕에위기를모면한최나연은리디아고를제치고개막전우승컵을품에안았다.사진_박태성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나연(28)도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코츠 챔피언십에서 캐디 덕에 우승한 케이스다. 당시 최나연은 최종일 17번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볼이 소나무 잎이 수북이 쌓인 곳에 놓여 있었고, 자칫 스윙을 하다 발이 미끄러져 미스 샷을 범할 가능성이 컸다. 이때 최나연의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가 “소나무 잎은 루스 임페디먼트여서 치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러피언 투어를 꿈꾸던 선수 출신이었다. 이 홀에서 최나연은 파 세이브에 성공한 반면 1타 차 앞서 있던 리디아 고는 더블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이 됐고, 거기서 승부가 갈렸다.

최나연은 우승 인터뷰에서도 캐디에게 고마운 뜻을 전했다. 최나연은 “북아일랜드 출신인 데이비드 존스는 나와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가족들을 두고 미국으로 와서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 있는 친구다”면서 “내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나를 믿어주면서 기다려줬다. 우리는 서로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올시즌미LPGA투어에데뷔한김세영선수도캐디와의찰떡궁합을과시하고있다.김세영은지난2월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서캐디의조언덕에멋진샷을구사할수있었다.그리고는우승컵까지들어올렸다.
▲올시즌미LPGA투어에데뷔한김세영선수도캐디와의찰떡궁합을과시하고있다.김세영은지난2월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서캐디의조언덕에멋진샷을구사할수있었다.그리고는우승컵까지들어올렸다.


올해 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루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세영(22) 역시 캐디 덕에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지난 2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김세영의 두 번째 샷은 그린 뒤편 덤불에 파묻혔다. 김세영은 그런 상황에서 샷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위기에서 그는 캐디 폴 푸스코에게 조언을 구했다. 23년 차의 베테랑 캐디 푸스코는 “깃대를 보지 말고 하늘을 보고 빠르게 샷을 하라”고 했다. 56도 웨지를 잡은 김세영은 캐디의 조언에 따라 페이스를 최대한 연 뒤 빠르게 클럽을 휘둘렀다. 잠시 후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볼은 홀 2m 옆에 붙어 있었다. 푸스코와 하이파이브를 한 김세영은 이 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해 연장전에 합류했고, 결국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처럼 프로 골퍼의 우승 뒤에는 캐디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하곤 한다. 초창기 캐디는 그저 클럽을 나르는 짐꾼에 불과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플레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프로 캐디’라 불리는 이들은 코스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코스 공략과 룰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 경기 중 선수의 심리를 파악해 적절히 조언을 하는 심리상담가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프로 캐디는 현재 국내에서는 약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프로 캐디는 때론 선수를 대신해 악역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타이거 우즈의 옛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뛰어났다. 우즈와 12년 동안 함께 하며 매면 100만 달러 이상을 챙겼던 윌리엄스는 ‘보스’를 위해서라며 뭐든 했다. 스윙을 방해하는 갤러리의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 던지거나 라이벌 선수에 대한 거침없는 언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골프는 이제 더 이상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코스가 더욱 어렵게 세팅될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캐디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캐디와 함께 하는 ‘팀워크 스포츠’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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