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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의 루키 다이어리](12)골프는 즐겨야 제 맛

2015-07-16 11:15:27

사진=김민호
사진=김민호
날이 점점 푹푹 찐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클럽을 내려놓고 싶다. 가끔은 ‘이런 더위에서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앞으로 한 달 간은 폭염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달 다시 시작하는 투어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여름 방학을 마친 뒤 몰라보게 성적이 쑥 올랐던 학창 시절 친구들처럼.

며칠 전에는 그래도 비가 내렸다. 폭염보다는 비가 좋긴 하다. 옷이야 젖지만 그래도 시원하니까. 실전을 대비해 비가 오는 날에도 연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그날은 새롭게 맞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말이 초등학교 6학년이지 벌써 구력은 8년째다. 난 그 나이에 처음 골프채를 잡아봤는데 요즘은 아이들은 정말 빠르다는 걸 느낀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가르치는 건지 아이가 날 가르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상황인데 볼을 높이 띄우는 게 아닌가. 내가 보기엔 그냥 굴려서 붙여도 되는 샷이었는데 굳이 볼을 띄우는 게 의아했다.
“방금 전에는 그냥 굴려도 되는데 왜 어렵게 띄워?”
“아, 그거요. 그냥 재미로요. 그렇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

재미? 그랬다. 어느 순간부턴가 나의 골프는 재미와 거리가 멀었다. 그저 내 골프의 모든 건 숫자인 스코어로만 대변됐다. 그날 라운드가 어땠는지, 동반자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들도 그런다. 오늘 몇 타 쳤냐고만 물어본다.

[김민호의 루키 다이어리](12)골프는 즐겨야 제 맛


슬픈 생각이 밀려온다. 후회도 든다. 나는 저 나이 때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지금이라도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내가 아니어도 아이들에게는 그런 재미를 주려고 해도 쉽지 않는 게 국내 골프의 현실이다. 부모들도 아이의 스코어에만 관심이 있지, 그 아이가 진정 골프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만족하고 있는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골프를 한다고 하면 모두의 꿈은 딱 하나다(아이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 프로 골퍼가 돼 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많은 상금을 버는 게 목적이다. 골프를 통해 기쁨과 환희와 좌절과 인내를 경험하게 하고, 타인과의 소통 방법을 배우게 하려고는 안 한다.

골프를 단순히 목적으로만 여길뿐 수단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 골프를 하면서 다른 인생을 목표로 한다는 건 사치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의 입에서는 ‘내가 널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데’라는 말이 앞선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지독히 골프가 싫었던 적이 있다. 싫증이 났던 거다.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도 몰랐다. 나의 꿈이 과연 프로 골퍼일까라는 고민도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투어 프로가 되는 길이 멀고도 험했을지 모른다. 결국 목적지인 투어에 왔지만 처음 치른 올 상반기 6개 대회 때도 심각하게만 임했지 즐겼던 대회는 한 번도 없다. 대회를 치를수록 답답함만 쌓였다.

▲사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사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저기 배수구 뚜껑 보이지? 그거 맞히는 게임할래? 지는 사람이 비 맞으면서 볼 주워오기.” 코스엔 웃음이 넘쳤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 했다. 아이를 통해 내가 성장한 하루.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더운 거지? 그래, 즐기자. 뭐든 즐겨야 제맛이 난다.

정리=김세영 기자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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