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종합

[김민호의 루키 다이어리]가을 하늘은 청명하건만…

2015-09-11 10:04:18

▲김민호가매일유업오픈둘째날5번홀에서티샷을날리고있다.유성(대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김민호가매일유업오픈둘째날5번홀에서티샷을날리고있다.유성(대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프로 골퍼는 갤러리의 함성에 힘을 얻는다. 버디를 잡았을 때의 박수와 환호에 희열을 얻는다. 나의 샷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중한다는 건 떨리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올해 남자 대회에는 갤러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가장 많았던 대회가 SK텔레콤오픈과 매경오픈 정도다. SK텔레콤 오픈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렸고, 매경오픈은 경기 성남 남서울 골프장에서 개최됐다. 두 대회에 갤러리가 많았던 건 규모가 큰 빅 매치였다는 점도 있지만 수도권 골프장에서 열린 영향도 크다.

나머지 지방에서 열린 대회 때는 갤러리보다 캐디와 선수들이 더 많아 보인다는 체념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대전 유성에서 열린 매일유업 오픈은 달랐다. 더구나 이 대회는 총상금이 3억원에 불과했다. 올 시즌 12개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적다. 그럼에도 대회장에는 내 예상과 달리 비교적 많은 갤러리가 찾았다.
▲매일유업오픈은지방에서열린대회였음에도많은갤러리가찾았다.유성(대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매일유업오픈은지방에서열린대회였음에도많은갤러리가찾았다.유성(대전)=한석규객원기자(JNA골프)


대회가 열린 유성 골프장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코스이다. 갤러리도 많이 찾은 데다 쉬운 코스이니 내심 기대를 했다. 이번에는 정말 잘 쳐 보고 싶었다. 드라이버 미스만 없으면 버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설렘으로 들 뜬 난 공격적으로 칠 기대에 부풀었다.

첫날, 가을답게 밝고 푸른빛의 하늘이 선수들을 반겼다. 1번홀은 짧은 내리막 미들 홀인데 나의 티샷 거리라면 충분히 1온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왼쪽 도그렉 홀이어서 캐디와 상의 끝에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런데 드로 구질이 제대로 맞으면 그린을 오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상태로 티샷을 날렸더니 그냥 푸시 볼이 되고 말았다. 우측 나무 밑에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다. 스탠스를 잡아보니 머리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185cm의 큰 키도 이런 때는 불편하다. 모자를 벗고 상체를 깊이 숙인 채 날린 레이아웃 샷은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졌다. 그래도 벙커샷을 가깝게 붙여 어렵게 파 세이브를 했다.

첫 홀부터 이런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전반이 끝났을 때 내 스코어는 이미 2오버파. 후반 들어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파5 11번홀은 버디를 노려볼 만한 곳이다. 계획대로 드라이버 잘 치고 2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날려 그린 앞 60m 지점까지 보냈다. 이후 조금 짧게 온이 됐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4퍼트를 하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화가 치밀었다. 그렇지만 남은 홀이 많기에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그 덕인지 막판 5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첫날을 1오버파로 마쳤다.
▲4번홀에서티샷을날리고있는김민호.
▲4번홀에서티샷을날리고있는김민호.


둘째 날 아침도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첫 홀부터 티샷 느낌도 좋았다. 첫날 대다수 선수들의 성적이 좋았기에 이날은 5타를 줄여야 컷을 통과할 것 같았다. 2번홀 버디에 이어 3번홀에서도 1타를 더 줄였다.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OB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나가진 않았다. 두 번째 샷을 홀 1m 거리에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흐림은 파3 4번홀에서 끊겼다. 홀까지 156m로 세팅된 이 홀에서 8번 아이언 티샷을 그린 중앙에 잘 올렸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훅 라인 퍼트 상황에서 3퍼트 보기를 범했다. 두 번째 1.5m 남은 슬라이스 퍼트를 놓친 것이다. ‘안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다. 생각은 몸을 이긴다고 했다.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실제 퍼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8번홀은 OB구역이 없는 곳이었다. 마음껏 때릴 수 있고, 잘 맞는다면 1온도 될 수 있는 홀이다. 욕심이 났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너무 세게 때리다 보니 볼은 왼쪽 숲으로 날아갔다. 나무에 가려 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날린 두 번째 샷은 벙커로 향했다. 더구나 모래에 파묻힌 에그 프라이였다. 결국 1타를 더 잃었다. 후반 들어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지만 컷을 통과하기엔 1타가 부족했다.

매일유업 오픈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다른 경쟁자들은 남은 이틀을 치면서 우승 경쟁을 벌이지만 난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과연 문제점이 뭘까. 물론 올 시즌 초반부터 계속 이어져 온 티샷 불안이 가장 컸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도 찾아오게 마련이다. 다만 그대로 낙오하느냐, 오히려 좀 더 성장할 수 있느냐로 나뉘는 것 같다. 우선은 좀 더 골프에 좀 더 내 자신을 던지려 한다.

정리=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리스트바로가기

많이 본 뉴스

골프

야구

축구

스포츠종합

엔터테인먼트

문화라이프

마니아TV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