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현대캐피탈의 두 기둥이 흔들렸다.
노재욱은 우려대로였다. 사실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 세터지만, 노재욱은 이제 프로 2년차다. 주전으로 뛴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그런 노재욱에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무대는 긴장의 연속, 실수의 연발이었다.
두 기둥이 정신 없이 흔들리니 현대캐피탈은 당연히 휘청했다.
최태웅 감독은 "부담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것 같다. 부담 갖지 말라는 것조차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면서 "3차전을 앞둔 연습에서 선수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더라. 연습을 하는 데 티가 확 나더라. 연승 때와 달리 불안해했다"고 설명했다.
◇노재욱, 소리 지르고 자신감 회복
최태웅 감독은 21일 훈련을 마친 뒤 노재욱을 불렀다. 그리고 "3초 동안 뛰면서 소리를 질러보라"고 주문했다. 긴장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재욱을 깨우기 위한 조치였다.
긴장은 이겨냈지만, 여전히 정신 없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노재욱은 "(훈련 때는) 좀 처량했다. 지금은 정신이 없다.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면서 "부담감도 있었는데 안 된 것만 생각하다보니 더 주눅이 들었다. 감독님이 화도 내보시고, 좋은 말도 해주시고, 편하게도 해주셨다. 결국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여유가 생기니 토스도 살아났다. 한 쪽으로 토스가 몰리지 않았다. 오레올이 36.14%, 문성민이 32.53%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갔다. 두 센터 신영석, 최민호의 득점도 16점(공격 9점)이었다.
최태웅 감독도 "노재욱이 마지막에 희망을 보게 했다"면서 "아무래도 재욱이가 여유를 갖고 분산을 시킬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해외에 진출했을 정도로 문성민은 단연 국내 최고 공격수. 정규리그 554점으로 국내 공격수 중 3위에 올랐다.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지만, 올 시즌은 팀을 위해 연타 공격을 자주 쓴 까닭이다.
그런 문성민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흔들렸다.
1차전에서는 쥐까지 났다. 5세트에서는 오레올의 '몰빵'을 지켜봐야만 했다. 최태웅 감독이 "습관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쥐가 난다. 아무래도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아쉬워했다. 2차전에서 공격성공률은 55.56%로 조금 살아났지만, 득점은 10점이었다. 팀도 0-3으로 완패했다.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이 너무 컸다.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준 뒤 팀 분위기에 대한 고민으로, 정작 경기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문성민은 "스스로 조금 힘들었다. 정규리그를 굉장히 잘 하면서 분위기가 업 돼있었다"면서 "1~2차전을 내리 지면서 분위기가 정반대로 다운됐다. 그런 것을 어떻게 바꿀까 생각도 했다. 그런 부분은 주장으로서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해법은 정규리그에서 찾았다. 18연승 때처럼 '즐기는 배구'로 돌아갔다. 문성민은 3차전에서 공격성공률 51.85%에 16점으로 오레올(26점)의 뒤를 단단히 받쳤다.
문성민은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하든, 세게 나오든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스스로 즐기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상황에 따라 세게 때리거나, 상대가 받기 어렵게 때리려 생각한다. 다만 감독님께서 너무 정직하게 시키는대로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과감해야 할 때는 좀 더 과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3차전 후 "현대캐피탈의 본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2005년 출범한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두 경기를 내주고 승부를 뒤집은 경우는 없다. 정규리그에서 이미 기적을 쓴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gri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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