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열린 일대일 싱글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7승1무의 압승을 거뒀다. 결승 스코어(승점 15-1 승)도 한국의 완승이지만, 이날 경기 도중 장수연(22, 롯데)이 보여준 샷은 경기 후에도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장수연은 결승에서 일본의 주장 류 리쓰코와 4조에서 맞붙었다. 이미 앞선 3개 조의 경기가 모두 한국의 승리로 끝난 상황. 15번 홀까지 장수연과 류 리쓰코는 올스퀘어(무승부)를 기록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이날 장수연의 티샷이 그랬다. 류 리쓰코의 티샷은 그린에 안착했지만, 장수연의 샷은 그린을 벗어나 경사지에 떨어졌다. 경사지에는 나무가 많고, 샷을 하는 위치에서는 핀의 위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장수연이 이 홀은 내줬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장수연은 침착하고 힘차게 샷을 했고, 공은 기가 막히게 핀 30센티미터 옆에 붙었다. 마치 도끼로 찍어내듯 친 샷이었다. 묘기와도 같은 어프로치 샷에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류 리쓰코는 버디 기회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지만, 이 샷을 보고 흔들렸다. 그리고 버디 퍼트를 놓쳐버렸다. 결국 이 홀에서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고, 마지막 18번 홀(파4)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장수연이 1홀 차 승리를 확정했다.
류 리쓰코의 심적 충격은 16번 홀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18번 홀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세컨드 샷을 그린 옆 워터해저드에 빠뜨려버렸다. 결국 장수연의 16번 홀 세컨드 샷은 이후 남은 홀에서 내내 류 리쓰코를 '멘붕'에 빠뜨릴 정도로 대단했다는 뜻이다.
류 리쓰코는 경기 후 “장수연의 16번 홀 세컨드 샷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역시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정말 뛰어나고, 뭐랄까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수연이 정확히 어떤 클럽으로 16번 홀 세컨드 샷을 했는지는 일본 선수들과 기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장수연은 경기 후 “사실 대회 첫날 포섬 매치를 할 때도 16번 홀 티샷을 옆으로 내려 보낸 적이 있다. 그날은 꽤나 고생했다”면서 “그런데, 결승전에서 그런 상황이 또 생기니까 연습 라운드 때 한국팀 언니들이 버스 안에서 ‘16번 홀에서 온그린 실패하고 내리막으로 공이 빠지면 무조건 5번 우드 잡아야 된다. 우드 아니면 올릴 수가 없는 홀이다’라고 이야기해줬던 게 떠올랐다”고 했다.
그런데 장수연의 결승전 16번 홀 세컨드 샷은 5번이 아닌 3번 우드로 쳤다고 한다. 장수연은 “결승 때 백 안에 5번 우드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잘 했다기 보다 운도 따랐고, 언니들이 꼼꼼하게 정보를 알려준 덕분이었다”고 웃었다.
나고야(일본)=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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