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자기보다는 남을 칭찬했다.
언론으로부터 슈퍼스타급 평가를 받아도 절대 거만하지 않았다.
다른 슈퍼스타들과는 달리 경기 전이나 경기 후 기자들의 질문에 충실히 답해줘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한 시골 어린이가 미식축구 경기에 와주겠냐는 부탁도 거절하지 않고 달려갔다.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거리 보수를 위해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쾌척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항상 ‘착하고 겸손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경기장에서 심판에게 대들기도 하고, 상대 선수들과 언쟁은 물론이고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퇴장당하는 일도 잦아졌다.
자기에게 그렇게도 잘 해주던 기자들을 향해서는 “당신들은 내 친구가 아니다”라는 험한 말을 쏟아내며 그들과의 밀월 관계를 끊어버렸다.
친정 팀을 떠나면서 “지겨웠다”라고 말했다가 친정 팀 팬들로부터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야유를 들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한 때 한솥밥을 함께 먹었던 선수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재개 반대를 외친 카이리 어빙을 비판한 옛 동료 켄드릭 퍼킨스를 “배신자”라며 맹비난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주득점원을 활약한 케빈 듀란트가 그 주인공이다.
그토록 착했던 그가 도대체 무슨 일을 당했기에 거칠어졌을까?
2014년 5월 썬더의 한 지역 신문사가 듀란트를 “미스터 언리라이어블(Mr. Unreliable)”이라고 표현했다. 믿을 수 없는 선수라는 뜻이다.
듀란트는 당시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매 경기 40%를 밑도는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이에 문제의 신문사가 1면에 듀란트를 ‘믿을 수 없는 선수’라며 맹비판한 것이다.
이 제목에 듀란트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비디오를 보면, 듀란트는 “당신을 믿을 수 없는 선수라는 신문 제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기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간신히 기자의 질문을 이해한 듀란트는 차분한 표정으로 답을 하긴 했으나 심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듀란트는 다음 경기에서 36득점을 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듀란트를 “믿을 수 없는 선수”라고 했던 신문사는 이번에는 “케빈 깨어나다(Kevin Up)”라는 제목으로 1면을 장식했다.
그러자 듀란트는 언론사에 대한 적개심을 품었다.
이후 듀란트와 언론사 사이는 얼어붙었다.
워리어스를 떠나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추측성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듀란트는 “철 좀 들어라(Grow up)”고 일갈했다.
선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제목과 기사가 듀란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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