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17] 태권도에서 왜 ‘금강막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1-31 08:38
금강막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금강막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태권도 방어기술의 하나인 ‘금강막기’는 품새 명칭인 ‘금강’이라는 말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는다. 동작이 매우 흡사하고 명칭도 ‘금강’이라는 말을 같이 쓴다. 태권도에서 ‘금강’이라는 말은 원래 불교에서 석가모니를 지키는 ‘금강역사(金剛力士)’에서 유래됐다. (본 코너 591회 ‘왜 태권도 품새에서 ‘금강(金剛)’이라는 말을 쓸까‘ 참조)

경주 불국사 석굴암 금강역사상(왼쪽)과 십일면관음보살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주 불국사 석굴암 금강역사상(왼쪽)과 십일면관음보살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 따르면 원래 금강역사는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석가모니의 신변을 지켜주는 야차신(夜叉神, 인도 고유의 신)이었다. 처음 인도에서는 하나의 단독상으로 출발하였으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이르면서 절문의 좌우에 불법(佛法)을 지키는 한 쌍의 수호신으로 자리했다. 이로 인해 이왕상(二王像), 또는 인왕상(仁王像)으로 부르기도 한다. 입을 열고 있는 상을 아형(阿形) 금강역사, 입을 다문 것을 음형(吽形) 금강역사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탑 또는 사찰의 문 양쪽을 지키는 수문신장(守門神將)의 구실을 담당했다.
우리나라의 금강역사상은 일찍이 신라시대 분황사(芬皇寺) 모전석탑(模塼石塔)의 1층탑신석을 시작으로 경주 구황동 절터의 모전석탑 등 탑의 문비(門扉) 입구 좌우에 부조되었다. 이후 통일신라에도 탑에는 그 전통이 계속 유지되었지만, 법당 입구에 조각된 예는 불국사 석굴암 상들이 현존하는 유일의 작품이다. 석굴암 주실 입구 좌우의 금강역사상은 아형(阿形, 입을 벌린 모양)과 음형(吽形, 입을 다문 모양)이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석굴암의 여러 부조 조각 가운데 가장 입체적이다. 강인한 근육, 힘차게 휘날리는 치마와 천의 등은 매우 사실적으로 강렬하게 표현됐다.

태권도 금강막기는 금강역사상 모습을 본 떠 ‘금강’이라는 말과 ‘막기’라는 결합했다. 한국어 발음 그대로를 옮겨 로마자로 ‘geumgangmalgi’로 표기한다. 영어표현으로 말할 때는 금강역사를 의미하는 ‘Deva king’에 막는다는 ‘blocking’를 합해 ‘Deva king blocking’라고 해야하지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국기원에서도 정확한 영어 용어를 발표하지 않았다.

금강막기는 올려막기와 내려 옆막기 또는 바깥막기를 동시에 하는 기술이다. (본 코너 615회 ‘태권도에서 왜 ‘막기’라고 말할까‘ 참조) 이 동작은 얼굴과 몸통 또는 아래로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다. 한쪽 팔목은 얼굴을 올려 막으며, 다른 팔목은 아래를 내려 막거나 몸통을 바깥으로 막는다. 몸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두 팔을 교차해 동시에 막아야 한다. 품새에서는 주로 학다리서기 자세에서 수행한다. 이때 시선을 바깥 막기나 내려막는 방향을 바라본다. 올려막기와 함께 다른 막기 기술이 쓰일 경우 모두 금강막기 범주에 속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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