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07]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데 있다’는 말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5-26 07:44
1948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관중석 상단에 설치된역사적인 쿠베르탱 남작 어록. [인터넷 쿠베르탱 스피크스(Coubertin Speaks) 홈페이지 캡처]
1948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관중석 상단에 설치된역사적인 쿠베르탱 남작 어록. [인터넷 쿠베르탱 스피크스(Coubertin Speaks) 홈페이지 캡처]
지난 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빛나는 4등’을 많이 차지했다. 김연경이 이끈 여자배구를 비롯해 육상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남자 우하람,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근대5종 정진화 등은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4위를 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함께 격려를 받았다. 은메달을 따고도 귀국길에 고개를 푹 숙이던 선배들의 모습과는 달리 이들은 당당히 자세로 들어왔다. 메달과 성적에 연연하던 한국 스포츠가 좀 더 성숙한 선진 스포츠로 다가서는 모습이었다.
전쟁에선 ‘아름다운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있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
근대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

근대올림픽 창시가 피에르 드 쿠베르탱(1863-1937) 남작이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데 있다라는 역사적인 어록을 남긴 것은 세계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쿠베르댕의 생전 어록을 1년 365일로 일기식으로 연재한 인터넷 사이트 ‘Coubertin Speaks’에는 1월 3일자에 “The important thing in the Olympic Games is not winning but taking part, just as in life, what counts is not the victory but the struggle”라는 쿠베르탱의 어록과 해설이 실려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미국의 쿠베르탱 전문가 조지 허슬러에 따르면 이 말은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 때 영국의 펜실베니아 주교가 미국과 영국 선수들이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아 이를 경계하는 뜻에서 행한 한 설교에서 인용한 것이다.
1908년 7월19일 일요일 아침, 에델베르트 탤벗 주교가 런던 세인트 제임스 대성당에서 올림픽을 위해 모인 선수들에게 웅변적인 설교를 하는 것을 들은 쿠베르탱은 닷새 뒤 7월24일 올림픽 가극장에서 열린 연회에서 영국 왕실과 각국 올림픽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그는 “펜실베니아 주교가 ‘올림픽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일’이라고 한 것은 적절한 말입니다. 여러분 이 말을 기억합시다. 그것은 인생에도 적용됩니다. 심지어는 평온하고 건강한 철학의 기초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투쟁입니다.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훈을 전파하는 것은 보다 용감하고 강한 인간성을 창조하는 것을 돕는 일입니다”고 밝혔다.

이 어록은 이후 1932년 LA올림픽 개막식까지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독일 히틀러 나치정권이 유치한 1936년 베를린올림픽 개막식에서 녹음된 방송으로 쿠베르탱의 목소리가 처음 선보였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2차례 올림픽이 중단된 후 1948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다시 등장하며 올림픽의 이상과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어록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충돌했다.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고전적인 올림픽의 이상과 함께 참가보다는 승리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그것이다. 1945년 해방이후 빈약한 국력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던 시절, 참가에 의의를 두었던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에 성공하며 국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엘리트스포츠에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성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후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를 잡은 후 한국 스포츠는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 고매한 올림픽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더 비중을 높게 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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