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3명은 계속된 비로 인해 평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비가 내려 비거리가 10% 정도 줄었고, 그린 빠르기도 조금 완화되면서 한 타, 한 타를 조심스럽게 쳤다. 티그라운드에서 티마크 뒤에서부터 발걸음으로 정확한 홀 전장거리를 계산한 뒤 티샷을 날렸다. 필드에서도 빨간-노랑색으로 칠해진 거리 표시와 야디지북을 비교해가며 앞뒤 걸음으로 다음 샷 거리를 재기도 했다.
우승자의 향방은 챔피언 앞 조 김홍택과 챔피언조 엔분웅암에게 모아졌다. 김홍택은 18번홀에서 2온, 2퍼팅으로 합계 10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하지만 엔분웅암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8번홀 세컨드샷이 이단그린 홀 오른쪽 끝에 떨어진 뒤 첫 번째 퍼팅이 짧았지만 3m 파퍼팅을 성공시켜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다.
김홍택은 연장 승부에서 티샷을 홀을 잘 공략할 수 있는 왼쪽 페어웨이 옆 러프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엔분웅암은 티샷이 왼쪽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엔분웅암은 세컨샷이 벙커 턱을 맞고 그린 앞 50m 러프에 떨어진 뒤 3번째 샷이 이단그린 아래에 떨어졌다. 이에반해 김홍택은 세컨드샷을 그린을 살짝 넘었지만 절묘한 어프로치샷으로 홀 2m에 붙여 파를 잡을 유리한 기회를 잡았다. 엔분웅암은 그린에서 첫 번째 퍼팅이 짧아 김홍택 마크한 지점에서 멈췄다. 이때 승리의 여신은 김홍택에게 성큼 다가섰다. 엔분웅암이 먼저 보기 퍼팅을 집어 넣은 뒤, 김홍택은 회심의 파퍼팅을 성공시키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올해 매경오픈은 최악의 상황에서 예상밖으로 김홍택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큰 승부는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오랜 골프계의 속설이 입증된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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