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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76] 북한에선 왜 ‘태권도전당’이라 말할까

2025-10-16 06:15:40

2018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이 품새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2018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이 품새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2018년 4월1일, 남한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공연이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은 2002년 태권도전당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태권도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평양 만경대구역 청춘거리에 있는 평양 태권도전당은 축구장 3배 크기인 연건평 1만8000㎡ 규모로 2300여명이 관람할 수 있다. 남한의 국기원과 비교되는 곳이다.
평양의 태권도전당은 2009년 착공해 2013년 완공된 대형 주체양식 건물이다. ‘조선태권도’의 본산으로 불리는 이곳은 붉은 깃발과 웅장한 회랑 구조로 ‘민족의 기상’과 ‘자주정신’을 강조한다. 북한은 태권도를 단순한 체육 종목이 아니라 ‘사상무기’로 규정한다. 수련은 정신무장이며, 기술은 집단의 단결을 위한 수단이다.

태권도전당은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중심지로서 ‘세계조선태권도본부’라 부르기도 한다. 북한 태권도는 최홍희 장군에게서 비롯됐다. 그는 1955년 ‘태권도’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으나, 냉전의 그늘 속에서 1966년 캐나다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설한 뒤 북한의 초청을 받아 북으로 향했다. 그 결과 남한은 김운용을 중심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을 세워 스포츠화의 길을, 북한은 최홍희의 제자들이 중심이 된 ITF를 통해 사상화의 길을 걸었다. 같은 뿌리에서 자란 두 무예가 서로 다른 체제의 상징이 된 것이다. (본 코너 557회 ‘태권도(跆拳道)’에서 ‘태권’은 어떻게 생긴 말일까', 558회 ‘왜 태권도를 ‘국기(國技)’라고 말할까‘, 656회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세계’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657회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국제’라는 말은 왜 사용한 것일까‘ 참조)

 평양 태권도전당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양 태권도전당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권도전당’이라는 명칭은 단순히 경기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식 문화정치 언어로서 사상과 민족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 이름이다. ‘국기원’이 “국가의 무예 본부”를 의미한다면, ‘태권도전당’은 민족의 무예를 숭배하는 성전(聖殿)의 개념에 가깝다.

‘전당(殿堂)’은 본래 왕궁의 정전이나 성스러운 의례가 열리는 공간을 뜻한다. 북한에서는 이를 자주 “혁명정신을 기리는 사상적 공간”이라는 뜻으로 확장해 쓴다. 예를들어 김일성전당, 청년전위전당, 과학기술전당 등으로 말한다. 따라서 ‘태권도전당’이란 말은 단순한 체육관이 아니라, ‘조선태권도의 정신과 전통을 기념·선양하는 성스러운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태권도전당’은 조선태권도의 발전사를 전시하고, 전국 및 국제대회를 개최하며, 사상교양과 문화행사를 병행하는 종합적인 정치·문화기지의 성격을 갖는다. 북한은 태권도전당에서 해외 동포 태권도 사범 초청, 국제심사 및 교류행사, ‘조선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개최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북한은 태권도를 ‘체육외교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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