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2003년 프로 입단 이후 23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운드 위에서 보냈지만, 정작 그가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을 '집'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송은범은 KBO 리그 역사에서 보기 드문 굴곡을 겪은 투수다.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자로 시작해 '왕조'의 핵심 멤버로 군림했고, KIA, 한화, LG를 거쳐 삼성까지 무려 5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저니맨의 숙명일까. 통산 88승과 1,4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은퇴식을 주관할 구단을 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화 이글스 역시 후보군이 될 수 있다. 비록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곳이자 가장 오랜 기간 FA 계약으로 몸담았던 팀 중 하나다.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삼성과 LG는 현실적으로 은퇴식을 열어주기에 명분이 부족하다. LG에서는 헌신적인 투구로 불펜의 소금 역할을 했으나 방출이라는 끝맺음이 있었고, 삼성은 은퇴 번복 후 손을 내밀어준 '기회의 땅'이었지만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국 송은범의 은퇴식은 특정 구단의 주도가 아닌, KBO 차원의 배려나 혹은 연고가 깊은 팀들과의 협의를 통해 '연합 형태'로 치러지는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23년이라는 세월 동안 리그를 위해 헌신한 베테랑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유니폼을 벗어야 하고, 떠나는 뒷모습이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2000년대 초반 입단 동기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지금, 송은범처럼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가진 투수가 박수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리그 전체의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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