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 어원은 ‘섬기다’ 또는 ‘봉사하다’라는 뜻인 라틴어 ‘servire’이다. 프랑스어 service’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원래 서브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이전 테니스의 전신인 ‘죄드폼(Jeu de paume)’에서 먼저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죄드폼’은 왕후 귀족이나 상류층 사람들이 즐겼던 놀이로 2명의 플레이어의 중간에서 하인이 치기 쉽게 첫 번째 공을 코트에 던지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하는 경기방식이었다. 첫 번째 던지는 공을 서브, 또는 서비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주인에 대한 하인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영어에서 하인을 ‘Servant’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유래를 갖는다. (본 코너 466회 ‘서브(Serve)는 본래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참조)
우리나라에선 1920년대 전후부터 서브라는 말을 본격 사용했다. 영어를 거쳐 일본식 스포츠 용어로 이 말을 썼다. 일제강점기 배구 등이 YMCA를 통해 들어오며 일본에서 이미 굳어진 ‘사아부(サーブ, sābu)가 그대로 유입됐다. 1910년대 초창기에는 ‘시작구(始作球)’ ‘첫공’ ‘봉사구’ 같은 번역어도 함께 시도됨
아직 ‘서브’는 고정 용어가 아니었다. 1920년대 신문 체육면과 학교 경기 보도에서 ‘서브’ 표기가 반복 등장 테니스·배구 기사에서 ‘서브 미스’, ‘강한 서브’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다. 1930년대 이후 완전히 정착돼 번역어는 사라지고, 외래어 그대로 표준처럼 사용했다.
북한은 서브를 ‘넣기’ 혹은 ‘공넣기’라고 부른다. 외래어 대신 동작의 기능을 설명하는 우리말을 택했다. ‘섬긴다’는 추상적 어원 대신 ‘상대 코트에 공을 넣는다’는 구체적 행위를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북한 스포츠 용어의 가장 큰 특징은 동작 중심성이다. 무엇을 ‘어떻게 불렀느냐’보다, ‘무엇을 했느냐’를 우선한다. 서브는 경기를 시작하는 예의가 아니라, 규칙에 따라 공을 상대 진영에 보내는 기술이다. 북한식 언어 체계에서 서브는 더 이상 ‘섬김’이 아니다. 시작을 알리는 절차적 동작일 뿐이며, 그래서 불필요한 외래 개념을 제거하고 기능만 남겼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선택이 현대 배구의 성격과도 더 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서브는 상대 리시브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공격 수단이다. 점프서브와 플로터서브가 난무하는 코트에서 ‘섬김’이라는 말은 오히려 현실과 어긋난다. 북한식 표현대로라면, 서브는 공손한 제공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공을 꽂아 넣는 행위다. 언어만 놓고 보면, 북한 쪽이 오히려 현대 배구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남한이 국제 스포츠 언어의 관습을 유지했다면, 북한은 언어 주권과 이념적 자립을 반영한 번역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언어는 기술 이상의 것이다. 서브라는 단어 하나에도 근대 체육의 수입 경로, 식민지기의 교육 체계,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언어 정책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같은 배구를 보면서도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인 이유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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