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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77] 북한 배구에선 왜 ‘아웃사이드 히터’를 ‘측면 공격수’라 말할까

2026-01-27 05:01:03

2023년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경축 남자배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경축 남자배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래어 ‘아웃사이드 히터’는 영어 ‘outside hitter’을 발음대로 옮긴 말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측면을 의미하는 ‘outside’와 공을 치는 사람을 의미하는 ‘hitter’가 결합한 단어이다. 아웃사이드는 코트 바깥이 아니라 네트 기준 좌·우 측면을 말한다. 즉 아웃사이드 히터는 ‘코트 측면에서 세터의 토스를 받아 공격을 완결하는 주 공격수’를 뜻한다. 이 말은 1960~70년대 미국 배구 전술 용어에서 출발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선 예전에 일본의 영향을 받아 ‘레프트’라 부르다가 2000년대 이후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레프트 대신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본 코너 463회 ‘레프트(Left)가 아웃사이드히터(Outside Hitter)가 된 이유’ 참조)

북한 배구에선 아웃사이드 히터를 ‘측면 공격수’라 부른다. 영어식 포지션 명칭을 그대로 수입한 국제 배구의 언어 관행과는 분명히 다른 선택이다. 이 말은 영어 단어의 본래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코트의 양 측면에서 공격을 맡는 선수라는 의미이다. 북한도 종전에 일본의 영향을 받아 레프트라는 말을 ‘왼쪽 공격수’라 번역해 불렀었다.

‘히터(hitter)’라는 말은 행위 중심의 명칭이다. 공을 친다는 동작이 핵심이다. 반면 북한이 택한 ‘공격수’라는 표현은 기능과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가 명확하다. 측면에서 공격을 수행하는 선수이기에 측면공격수다. 중앙에서 공격하면 중앙공격수, 후위에서 공격하면 후위공격수다. 포지션은 추상적 기호가 아니라, 공간과 임무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 매체는 “우리 팀은 측면공격수들의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였다”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여기서 측면공격수들은 좌·우 아웃사이드 히터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개별 포지션보다 공격 전력의 한 축으로 묶어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용어는 초보자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측면공격수는 위치와 역할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명명법은 북한 스포츠 용어 전반에서 반복된다. ‘히터’ 대신 ‘공격수’, ‘블로커’ 대신 ‘막기선수’, ‘네트 터치’ 대신 ‘그물접촉’이라는 식이다. 영어를 배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집단 경기에서 개인의 기능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언어 습관이다. 선수는 스타 이전에 임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며, 명칭 역시 그 질서에 복무한다. 배구를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조직된 공격 체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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