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북한-베트남 여자배구 친선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128055632080845e8e9410871751248331.jpg&nmt=19)
opposite는 ‘마주 놓는다’는 뜻인 라틴어 ‘opponere’에서 왔다. 접두사로 ‘~에 맞서’라는 의미인 ‘ob’와 ‘놓다’는 의미인 ‘ponere’가 결합한 말이다. opposite는 ‘정반대의, 마주 보는’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강하게 품고 있다. 배구에서 이 단어가 붙은 이유는 명확하다. 세터(setter)와 코트에서 정확히 마주 보는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본 코너 462회 ‘왜 세터(Setter)를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라고 말할까’ 참조)
여기에 hitter가 붙는다. 이것은 ‘치다’는 의미인 ‘hit’에서 나온 말로, 야구·테니스·배구 등에서 공을 가격해 득점을 만드는 역할을 뜻한다. 배구 초창기에는 ‘spiker’라는 표현도 함께 쓰였지만, 공격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포괄적인 hitter가 자리 잡았다.
남한에선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 ‘아포짓 히터’라 부르지만, 북한 배구서는 이 포지션을 ‘맞은편 공격수’ 혹은 ‘맞은편 타격수’ 등으로 이름 붙인다. ‘아포짓’을 음역하지 않고 맞은편 공격수라 부른 것은, 라틴어에서 시작된 공간 개념을 그대로 살린 선택이다. 이름만 놓고 보면, 외래어보다 오히려 원뜻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명명법의 핵심은 음역의 최소화한 경우이다. 외래어를 소리로 옮기기보다 공간적 관계를 먼저 제시한 것이다. ‘맞은편’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세터와의 대칭, 전술적 역할, 동선의 방향이 한눈에 그려진다. 용어가 곧 전술 도해가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히터’를 굳이 ‘타격수’로 풀어 쓰는 경우다. 득점의 결정타라는 기능을 강조할 때 ‘타격’은 설득력이 크다. 반면 전술 설명에서는 ‘공격수’가 더 포괄적이다. 같은 포지션도 맥락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유연성은, 언어가 현장을 따라 움직인다는 방증이다.
이 차이는 언어관의 차이로 이어진다. 남한의 아포짓은 글로벌 규격과의 접속을 택하고, 북한의 맞은편 공격수는 현장의 이해를 우선한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언어가 스포츠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름이 달라지면 그림이 달라진다. ‘맞은편’이라는 말은 그 자리를 단지 번호가 아니라 관계로 설명한다. 세터와의 거리, 네트 앞의 각도, 블로킹과 백어택의 교차점까지—단어 하나에 전술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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