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월터 감독은 현지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Foul Territory)'에 출연해 현대 야구의 조급한 시즌 준비 과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선수들이 캠프 첫 불펜 피칭부터 시속 100마일을 던지려 애쓰는 것은 시즌 전체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했다. 쇼월터의 논리는 명확하다. 스프링캠프는 '실력을 증명하는 쇼케이스'가 아니라, 162경기를 버틸 몸을 만드는 '점진적 강화(Progression)'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쇼월터는 투수의 어깨를 '자동차 연료통'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선수가 2월부터 가솔린 통을 바닥까지 긁어 쓰려 한다"며, "정작 관중이 가득 차고 커튼이 올라가는 개막전 시점에는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문동주와 원태인은 WBC를 위해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페이스를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 결과는 부상 이탈이라는 '대가'로 돌아왔다.
특히 쇼월터는 '휴식의 성역화'를 강조했다. 그는 "비시즌 동안 야구공을 내려놓고 충분히 쉬는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어릴 때부터 쉬지 않고 공만 던져온 투수들에게는 언제나 부상이라는 '레드 플래그(적신호)'가 따라다닌다"고 덧붙였다.
KBO리그는 현재 '구속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쇼월터의 조언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2월의 전광판에 찍히는 화려한 숫자가 과연 10월 포스트시즌 마운드 위에서의 건강함보다 가치 있는 것인가. 문동주와 원태인의 사례를 단순한 '운 나쁜 부상'으로 치부하기엔, 명감독이 던진 '슬로우 스타터'의 철학이 주는 울림이 자못 깊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