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ter는 인도유럽어 계통의 철자이다. ‘물에 젖다’는 의미인 ‘wed-’에서 나왔다. 영어 ‘wet’도 같은 뿌리에 어원을 둔다. 게르만어 ‘watar’를 거쳐 고대 영어 ‘water’로 앵글로색슨 시대부터 쓰였다. '위험하다'는 말인 hazard는 ‘캐디(caddie)’ 어원처럼 프랑스어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일찍이 스코틀랜드와 프랑스가 강한 연계를 갖고 많은 교류를 했는데 골프 용어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 골프 코스가 초기 링크스에서 벗어나 점차 확대돼 내륙으로 보급되면서 벙커와 해저드 등을 위험 지대로 조성했다고 한다. (본 코너 30회 ‘‘캐디’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33회 ‘‘벙커(bunker)'와 '해저드(hazard)'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근대 골프 규칙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The R&A에서 정립됐다. 18~19세기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에는 자연 연못·개울·해안 습지가 많았고, 이 구역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water 또는 water hazard라고 불렸고, 점차 공식 규칙에 편입됐다. 골프 규칙을 관리하는 USGA와 The R&A는 2019년 개정 규칙에서 ‘워터해저드’를 ‘페널티 에어리어(penalty area)’로 통합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부터 워터해저드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70년 12월5일자 ‘가장오래된 골프場(장) 43년만에 없어질 컨트리·클럽’ 기사는 해방 이후 한국인 주도로 운영된 대표적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이 사라지게됐다며 골프장내 시설로 워터해저드가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골프에선 워터해저드를 ‘물방해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순우리말로 물이라는 자연 요소가 경기를 방해하는 구역이라는 뜻이다. 외래어를 해체해 의미 중심으로 재조합하는 북한식 언어 정책의 전형이다.
북한은 ‘벙커’를 ‘모래방해물’, ‘퍼트’를 ‘마감치기’,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부른다. 기능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듣는 즉시 뜻이 통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직관적이다. 물방해물은 과거 영어 용어의 의미를 더 충실히 번역한 표현이다. 남한은 영어를 그대로 쓰고, 북한은 영어의 옛 개념을 우리말로 보존하는 형국인 것이다. (본 코너 1694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말할까’, 1696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말할까‘, 1700회 ’북한 골프에서 왜 '벙커'를 '모래방해물'이라 말할까‘ 참조)
남한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수용해왔다. 국제 스포츠 규칙과 방송, 교류가 일상화되면서 외래어는 큰 저항 없이 정착했다. 반면 북한은 외래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우리말 체계를 지키는 것을 문화적 자립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물방해물은 그 정책의 작은 단면이다. 워터해저드와 물방해물 사이에는 단어 이상의 간극이 있다. 그 안에는 세계화와 자립, 개방과 통제라는 서로 다른 선택이 배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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