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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99] 북한 골프에서 왜 '페어웨이'를 '잔디구역'이라 말할까

2026-02-18 06:09:39

북한 골프대회 행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골프대회 행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프 용어 ‘페어웨이’는 영어 ‘fairway’를 발음대로 옮긴 말이다. 이 단어는 ‘아름다운, 좋은, 깨끗한, 안전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fair’과 ‘길, 통로’라는 뜻을 가진 명사 ‘way’가 합성된 말로 직역하면 ‘좋은 길, 안전한 통로’라는 의미이다. 골프에서 페어웨이는 ‘공이 가장 이상적으로 진행해야 할 길’이라는 뜻으로 잘 정비된 잔디구역을 말한다.

페어웨이의 원래 용어는 ‘페어 그린(fair green)'이었다.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 골프역사에 의하면 1744년 골프 규칙 제1조 4항에 이 말이 언급되었다. 페어웨이라는 단어는 1세기가 지나서야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잔디를 깎는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페어웨이라는 공간을 만들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페어웨이는 골프규칙에 규정된 용어도 아니었다.

페어웨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유럽의 특이한 비밀결사모임인 ‘프리메이슨’과 해양 용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메이슨은 중세의 숙련 석공길드에서 시작돼 18세기초 영국에서 세계 시민주의적, 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조직돼 발전한 비밀결사 단체이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명칭은 원래 특별한 결이 없는 견고한 돌(free mason)을 세공하는 직업을 가진 자를 의미했다. 자신의 기술과 조직에 관한 몇 가지 비밀을 갖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이 비밀들을 지킬 것을 서약했다. 프리메이슨은 거의 처음부터 기존의 종교조직들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비밀결사의 성격을 띠었다. 그리스도교 조직은 아니지만, 도덕성 · 박애 및 준법을 강조하는 종교적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프리메이슨들은 대부분 초기 골프클럽 설립에 크게 관여했다. 그들은 페어웨이라는 용어가 유래됐을지도 모르는 ‘페어 플레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만들었다. 이들은 규칙을 공정하게 잘 지키는 태도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의미로 페어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페어웨이, 즉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의미였다.
원래 페어웨이라는 말은 항해 할 수 있는 채널이나 관습적인 항로를 뜻하는 옛 항해용어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초기 골프는 항구 옆 링크에서 대부분 시작되었다. 링크위에 그물망 등을 말리기 위해 놓기도 했는데 어부들은 이를 보고 페어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부에게 기원을 한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이것이 페어웨이라는 말의 실질적 어원으로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 코너 32회 ‘‘페어웨이(fairway)’는 ‘페어플레이(fairplay)’와 관련있는 말일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페어웨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67년 11월7일자 ‘「관악(冠岳)」등 잔디약(弱)한 데선 티플레이’ 기사는 ‘〇…11월 첫휴일인 5일 아침엔 쌀쌀한 비가 내렸으나 오후 들어 날이 활짝 개자 골퍼들은 춤이라도 출듯 기뻐 하며 짧은 해를 아끼듯 코스를 돌았다. 잔디가 약한 뉴코리어,관악(冠岳)등은 잔디를 아끼기위해 티플레이를 실시, 페어웨이에서는 티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느라고 한결 부산해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겨울로 접어들며 잔디가 약해지자, 잔디 손상을 줄이기 위해 공을 직접 페어웨이 잔디 위에 놓지 않고 작은 고무 티나 임시 티를 꽂아 그 위에 올려 쳤다는 사실을 알렸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에서 이미 ‘코스’, ‘티플레이’, ‘페어웨이’ 같은 영어식 외래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골프에선 페어웨이를 ‘잔디구역’이라 부른다. 페어웨이가 가진 원래의 의미보다 눈에 보이는 ‘잔디로 된 구역’이라는 물리적 특성을 표현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는 골프가 대중 스포츠가 아닌 제한적·상징적 스포츠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경기 철학보다 지형적 구분을 우선한 것이다. 잔디구역은 이념적 색채를 덜어내고 단순한 공간 명칭으로 만든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북한 골프 용어를 보면 일관된 경향이 보인다. ‘티박스’는 ‘타격대’, ‘퍼트’는 ‘마감치기’, ‘클럽하우스’는 ‘봉사건물’이라 부른다. 모두 기능과 동작을 드러내는 설명식 명명법이다. (본 코너 1694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말할까’, 1696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말할까‘, 1697회 ’북한 골프에서 왜 '클럽하우스'를 '봉사건물'이라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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