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투수력의 하향 평준화다. 10개 팀이 마운드를 운용하기 위해 억지로 머릿수를 채우다 보니, 제구력과 구속이 함량 미달인 투수들이 1군 엔트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국내 리그에서는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타자들이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착시 현상'을 일으키지만, 정작 시속 150km 중반대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구사하는 해외 투수들을 만나면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공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만 많은 기형적 구조는 선수들의 절박함마저 앗아갔다. 팀당 1군 자리가 널널하다 보니 2군에서 실력을 쌓아야 할 유망주들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1군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된 신인들은 잦은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를 연발하며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가대표팀의 전력 약화로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WBC 참패는 단순한 성적 저하가 아니라 리그 구조의 모순이 터져 나온 경고음이다. 이제라도 8개 구단 체제로의 재편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고,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력을 갖춘 정예 리그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