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다저스의 우승 멤버로 반지를 꼈지만, 김혜성의 2026시즌은 잔인하리만큼 차갑다. 무키 베츠, 맥스 먼시에 토미 에드먼, 미겔 로하스까지 버티고 있는 다저스의 내야진은 김혜성에게 1군의 틈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이럴 거면 차라리 기회를 받을 수 있는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불펜이 급했던 미네소타 트윈스로 극적인 이적을 이뤄낸 고우석의 사례는 김혜성이 가야 할 이상적인 이정표로 꼽힌다.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승격 보장 조항'을 얻어내며 빅리그 데뷔를 눈앞에 뒀고, 미네소타는 전력의 구멍을 메웠다.
김혜성 역시 향후 구단 옵션을 포함해도 최대 총액 2,200만 달러 수준의 가성비 높은 계약 구조를 갖고 있어, 내야가 급한 타 구단에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우석식 윈윈 트레이드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냉혹한 전제조건은 결국 선수의 현재 성적이다. 고우석이 미네소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이너리그 강등 수모 속에서도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며 자신의 구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김혜성의 트리플A 성적표는 갈 길이 멀다. 타 구단들이 다저스에 트레이드 문의 전화를 걸게 하려면, 김혜성이 다저스 뎁스에 막혀있을 뿐 당장 빅리그에 통할 실력파 매물이라는 점을 마이너리그 기록으로 찍어 눌러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성적으로는 어떤 팀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김혜성이 다저스라는 안 어울리는 옷을 벗고 기회의 땅으로 떠나기 위한 유일한 열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밟고 있는 트리플A 타석에서 압도적인 반등을 시작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