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45] 바둑에서 왜 ‘선수필승(先手必勝)'이라는 말을 쓸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1607063808094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선수필승이 오래된 고사성어나 관용구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문헌에서는 그리 오래된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는 선수필승이라는 표현이 검색되지 않는다. 또한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확인되는 언론 용례도 생각보다 늦다. 확인되는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는 1976년 9월 23일 자 매일경제 '증권교실 <809> 증권투자의 실제(739)' 기사로, "투자가들은 선수필승의 정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문장이 실려 있다. 이는 바둑 용어였던 '선수'가 이미 경제 분야로 확장되어 '남보다 먼저 정보를 확보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프로 기사들의 해설을 들어 보면 "선수를 잡았다", "선수를 빼앗겼다", "후수가 되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바둑에서는 한 집을 더 얻는 것보다 주도권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선수로 끝나는 수는 다음 중요한 곳을 먼저 차지할 수 있지만, 후수로 끝나는 수는 상대에게 기회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바둑은 선착순 게임이 아니다. 흑이 먼저 두는 대신 백에게 덤을 주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으며,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에는 흑과 백의 승률 차이도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따라서 '먼저 두기만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해석은 바둑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수필승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바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승부는 단순히 먼저 시작하는 데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잃지 않는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상대에게 계속 선택을 강요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먼저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결국 유리한 위치에 선다.
이 때문에 선수필승은 바둑판을 넘어 정치, 경제, 협상,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널리 인용된다. 여기서의 선수는 단순한 '선공'이 아니라, 상황을 설계하고 흐름을 만들어 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먼저 움직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자신의 리듬에 맞추게 만드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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