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이 19일 인공지능 ‘카타고’와의 2점 대국 2차전에서 승리했다. [한국기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008032200397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스포츠 기사나 중계를 보면 ‘백중세(伯仲勢)’라는 말을 써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백중세는 두 세력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팽팽한 형세를 의미하는 한자어다. 백중세는 '백중(伯仲)'이라는 한자어에 '세(勢, 형세)'가 붙은 말이다. ‘伯(백)’은 맏형, 으뜸을 의미하며, ‘仲(중)’은 둘째 형을 의미한다. ‘勢(세)’는 형세, 기세를 뜻한다.
'백중'은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성어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형제의 순서를 ‘백(伯)·중(仲)·숙(叔)·계(季)’로 불렀다. 즉, 맏이는 '백', 둘째는 '중'이었다. 후대에 와서는 맏형과 둘째 형의 능력이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결국 '실력이 서로 엇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뜻으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백중세(伯仲勢)라는 표현은 적어도 1950년대부터 확인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검색 결과, 현재 확인되는 이른 사례 가운데 하나는 1957년 9월 30일자 동아일보의 「주간주식전망(週間株式展望)」 기사이다. 이 기사는 "특히 9회 국채에 집중된 대량 투자 출현과 10회 국채에 대한 강약 전망은 백중세(伯仲勢)를 이루고 있는 바"라고 적었다. 여기서 백중세는 바둑과 무관하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형세'라는 일반적인 의미이다.
이 표현이 바둑 용어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이유는 바둑이라는 경기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바둑은 점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중반까지는 집의 크기와 세력의 가치가 계속 변하고, 끝내기를 마칠 때까지도 승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태를 설명할 때 백중세만큼 적절한 표현도 드물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백중세가 '백이 우세한 형세'가 아니라 '백중인 형세'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설자가 "현재는 백중세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흑과 백이 거의 대등하여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지, 백돌이 유리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 프로기사들의 해설을 들어보면 "초반은 백중세였지만 중앙 전투 이후 흑이 주도권을 잡았다", "끝내기까지는 백중세가 이어졌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문장에서도 '백중세'는 경기의 균형 상태를 설명하는 말로 사용될 뿐, 흑백 어느 한쪽을 지칭하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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