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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51] 아이스하키는 왜 ‘빙구(氷球)’였을까

2026-10-30 04:55:06

 2026-202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경기 모습 [연합뉴스]
2026-202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경기 모습 [연합뉴스]
아이스하키를 한때 한자어로 ‘빙구(氷球)’라고 불렀다. 빙구는 한자로 얼음을 뜻하는 ‘빙(氷)’과 공을 뜻하는 ‘구(球)’를 합친 말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얼음 위에서 하는 공놀이’다. 한자어에서 구(球)는 공을 이용하는 운동이나 구기 종목을 나타내는 데 널리 쓰인다. 야구(野球), 축구(蹴球), 농구(籠球), 배구(排球), 탁구(卓球)가 대표적이다. 빙구 역시 이러한 명명 방식에 놓여 있다. (본 코너 3회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8회 ’축구는 왜 영어에서 ‘football'과 ’soccer'로 나눠 부를까?‘, 352회 ’왜 농구(籠球)라고 말할까‘, 454회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1001회 ’왜 ‘탁구(卓球)’라고 말할까‘ 참조) 중국에서도 아이스하키를 빙구라고 말한다.

일본에선 19세기 말~20세기 초 메이지 시대에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카타카나(외래어) 대신 직관적인 한자 번역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영어 '아이스하키' 대신 빙구라는 한자식 표현이 완전히 정착했다. 아이스하키는 엄밀히 말해 둥근 공이 아니라 납작한 원반인 퍽을 사용하는 경기다. 따라서 빙구라는 이름은 장비의 모양을 정밀하게 묘사한 명칭이라기보다, 얼음 위에서 도구를 쳐 상대편 골에 넣는 경기의 성격을 한자 두 글자로 압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정립된 한자 표기들이 그대로 유입되면서, 빙구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1930년 조선빙구연맹이 조직됐을 때 이 이름을 본격 사용했다. 우리나라 아이스하키의 역사는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도쿄제국대학 아이스하키팀이 만주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에서 시범경기를 열면서 이 종목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이후 1930년 1월 전조선빙상경기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같은 해 11월에는 조선빙구연맹이 조직됐다.
빙구라는 명칭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에는 서양에서 들어온 스포츠를 한자어로 옮겨 부르는 일이 흔했다. 축구와 농구처럼 경기의 핵심 동작이나 도구, 경기 방식을 한자 두 글자에 담아 종목명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빙구도 이러한 명명 관습과 잘 어울린다. 아이스하키라는 외국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얼음 위에서 공을 다루는 경기라는 특징을 ‘빙(氷)’과 ‘구(球)’로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본 코너 1950회 ‘왜 '아이스하키'라고 말할까’ 참조)

물론 이것이 당시 명명자의 의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빙구라는 단어의 구조와 같은 시대의 스포츠 명칭들을 함께 살펴보면, 외래 스포츠를 한자어로 이해하고 분류하려 했던 언어문화의 한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공식적인 종목 명칭은 아이스하키다. 하지만 빙구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 자료에는 조선빙구연맹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고, 대학 스포츠 문화에서도 빙구라는 표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빙구(氷球)라는 두 글자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지나온 시간의 작은 화석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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