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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50] 왜 '아이스하키'라고 말할까

2026-10-29 07:19:35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경기를 앞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경기를 앞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얼음 위를 질주하는 선수들, 스틱 끝에서 튀어 오르는 퍽, 그리고 골망을 흔드는 순간의 함성. 아이스하키는 속도와 힘, 정교한 기술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겨울철 스포츠다.

‘아이스하키’는 영어 ‘Ice Hockey’를 우리말로 영어 발음대로 옮긴 말이다. 이 단어는 얼음을 의미하는 ‘ice’와 갈고리 모양의 막대기를 뜻하는 ‘hockey’가 합해진 것이다.

영어 어원사전 등에 따르면 ‘ice’는 고대 영어 ‘is’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 영어에서는 얼음 또는 얼음 조각을 뜻했다. 이 단어는 더 오래된 게르만 조어(Proto-Germanic)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뿌리를 가진 말로는 독일어 ‘Eis’, 네덜란드어’Ijs’, 고대 노르드어 ‘Iss’ 등이 있다. 이처럼 여러 게르만계 언어에서 비슷한 형태가 발견된다는 점은 이 단어가 오랜 언어적 역사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본 코너 1949회 ‘왜 '아이스 트랙'이라 말할까’ 참조)
‘hockey’는 양치기 막대기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hoquet’에서 유래했다. 게임에 사용되는 막대기의 모양이 양치기 막대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하키 종목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스틱 앤 볼 게임’이 있었다. hockey는 16세기 초 문헌에 등장한다. 1527년 아일랜드 문헌에 작은 공을 굽은 막대기로 치는 놀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당시의 기록에는 오늘날의 아이스하키와는 다른 형태의 공놀이가 담겨 있다. (본 코너 1451회 ‘왜 ‘필드 하키’라고 말할까‘ 참조)

옥스퍼드 사전은 영국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hockey가 필드하키를 가리키며, 얼음 위에서 퍽을 사용하는 경기는 ice hockey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반면 북미에서는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높아 hockey라는 말만으로도 아이스하키를 가리키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스하키라는 명칭은 사전 기록상 1880년대 초반에 등장한다. 그러나 얼음 위에서 스틱으로 물체를 치는 경기는 그보다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이는 스포츠의 탄생과 그 이름의 정착이 반드시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 익숙한 아이스하키라는 명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로 정착했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수록된 1932년 2월 16일자 동아일보는 동계올림픽 결승전을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에 ‘아이스호키엔 加奈陀優勝(가나타우승)’이라고 썼다. 본문에도 ‘冬季(동계)올림픽의아이스,호키决勝戰(결승전)은 加奈陀對米國戰(가나타대미국전)으…’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오늘날의 아이스하키가 당시에는 ‘아이스호키’로 표기되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아이스하키를 공을 이용하는 구기 종목과 비슷하게 이해해 ‘빙구(氷球)’라고 불렀고, 이후 영어 명칭인 아이스하키가 널리 정착하면서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옛 표현이 됐다.

이러한 표기과정은 스포츠 용어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거쳐 한 사회에 정착하는 모습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을 통한 서양 스포츠의 수용과 일본식 외래어 발음의 영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스하키라는 익숙한 이름의 역사에는 경기의 전파뿐 아니라, 외국어를 듣고 받아들이고 우리말로 표기해 온 근대 한국어의 변화도 담겨 있다.
1970년대까지도 일부에선 아이스호키라는 말을 계속해서 사용했으며, 북한은 ‘빙상호케이’(氷上+호케이)‘라고 부른다. ’빙상(氷上)‘은 얼음 위를 뜻하며, ’호케이‘는 하키를 가리키는 말로, 러시아어를 통한 외래어 수용의 영향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본 코너 1902회 ’왜 ‘빙상(氷上)’이라 말할까‘ 참조)

얼음 위를 달리는 선수들의 스틱이 퍽을 때리는 순간, 우리는 현대 스포츠의 속도와 박진감을 본다. 그러나 그 이름의 뿌리를 따라가면 굽은 지팡이와 작은 공을 가지고 놀던 오래전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아이스하키라는 세 글자 속에는 얼음 위의 경기만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진 놀이와 언어의 역사까지 담겨 있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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