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의 예보가 들어맞았던 것이었을까.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빗줄기는 예상대로 점차 멎기 시작했다. 그리고 맞이한 9차전에서 양 팀은 오재영(당시 현대)과 김진웅(당시 삼성)을 선발로 내세우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경기 도중 갑자기 굵어진 빗줄기는 사상 유래 없는 ‘수중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삼성이 1회 말 공격에서 김한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낸 것도 잠시, 현대가 이어진 8회 초 공격에서 대거 8득점하며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회 초 공격에서 낸 8점은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이후 삼성이 이닝마다 한, 두점씩 추격하며 점수 차이를 한 점 차까지 좁혔지만, 마지막 타자 강동우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며 경기는 그대로 8-7 현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후에도 매년 한국시리즈가 열렸지만, 2004년과 같이 7차전 이상의 승부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10년 전 우승의 ‘조연배우’, 넥센의 ‘아3인’을 소개합니다
이들 3인은 ‘메인스폰서 문제’등 히어로즈가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끝까지 구단을 떠나지 않고 가장 어려운 때를 함께 했던 대표적인 ‘의리파’이기도 했다. 팀의 리더 역할을 맡은 김기영 팀장은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단과 언론사간의 가교 역할을 기가 막히게 수행하면서 선수단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누구보다도 애를 썼던 이였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 2009년, 김 팀장에게 “이상하게 본인과 인터뷰하는 선수가 그 날 경기에서 일을 내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넌지시 이야기한 바 있었다. 그러자 김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다면, 지금 한 선수가 부진에 빠져 있으니, 그 선수를 좀 인터뷰 해 달라.”라며 필자를 해당 선수에게 데리고 간 바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수경이었다. 2008 시즌, 팀이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106과 2/3이닝, 3승 6패 평균자책점 3.88), 2009 시즌과 함께 부진에 빠졌전 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함이었다. 비록 그는 당시 선발로 등판하지 못했지만, 이어진 등판에서 승리 투수로 기록된 바 있었다. 대개 김 팀장이 선수들을 챙기는 것은 이와 같았다.
이화수 대리 역시 김 팀장 못지않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구단과 외부의 연결 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던 이였다. 늘 기자단이 목동 구장에 들어설 때마다 특유의 목소리로 “어서옵시옵소서.”라고 깍듯하게 인사함은 물론, 행여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흥분된 모습을 보이면 즉각 더그아웃으로 달려가 그를 안정시키기도 했다. 특히, 넥센이 메인 스폰서 없이 운영될 때에도 가장 환하게 웃으며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가장 확고했던 이였다. 실제로 그의 믿음대로 히어로즈는 넥센 타이어를 만나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그리고 당시 첫 메인 스폰서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만, 구단 사정과 달리 그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펼쳐야 했다. 그리고 ‘곧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뒤로 하고 이 대리는 2010년 6월 25일 밤 9시,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선언했다. 구단 사정이 좋아질 만 했을 때 세상을 등져야 했다는 사실 때문일까. 김기영 팀장은 여전히 구단 보도자료에 그의 이름을 아로새겨놓고 있다. ‘(이)화수의 이름을 뺄 수가 없었다.’라는 김 팀장의 말에 필자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홍보팀의 꽃’으로 불리는 김은실 대리는 사실 현대 시절부터 꽤 유명세를 탔던 이였다. 홍보팀 직원으로는 드물게 ‘장내 아나운서’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오락 프로그램 전문 진행 요원이 장내 아나운서를 하는 것과 달리, 현대 시절을 포함하여 넥센은 김 대리에게 마이크를 맡겼다. 그리고 ‘전국에 10명밖에 없다’는 프로야구 장내 아나운서 역할을 13년 째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그래서 넥센 팬들 중에 ‘턱돌이와 김은실 대리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목동 구장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시즌 후 ‘과장’으로 진급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경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구단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이들이 있기에 넥센이 ‘성적’과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은 ‘넥센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10년 전 현대 우승의 조연배우들은 각자 그라운드와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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