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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2연패 자신?" KIA 이범호·LG 염경엽 감독, 지금은 '설레발' 대신 '침묵'할 때...야구는 감독이 하는 게 아냐

2026-01-23 05:05:39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야구판에서 가장 위험한 독은 언제나 시즌 개막 직전, 장밋빛 희망이 섞인 말들로부터 퍼지기 시작한다. "충분히 5강 이상 가능하다", "투타 완벽하다."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우려는 의욕의 언어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리그는 그 오만한 확신을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린다. 승부의 세계에서 말은 행동을 앞지르는 순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KIA 타이거즈는 이미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전례가 있다. 1년 전, KIA는 전문가들로부터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 그들이 마주한 성적표는 초라한 8위였다. 부상 악재가 겹치고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이어졌다는 핑계는 많았으나, 결과는 변하지 않는 완패였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팀이 겪어야 했던 처참한 몰락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범호 감독이 꺼내야 할 말은 희망 섞인 포부가 아니라, 서늘한 침묵이어야 한다. 주축 전력의 이탈이 분명하고 새로운 팀 컬러를 입혀가는 과정에 있다면, 목표는 더욱 철저히 숨기는 것이 맞다. 야구는 인터뷰 마이크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흙먼지 날리는 그라운드 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 세운 순위표는 첫 번째 연패만으로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이러한 경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로 향한다. LG는 작년과 다르다고 자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에 서 본 팀일수록 추락의 위험은 더 크다. '연속 우승', '왕조 건설', '챔피언의 여유' 같은 수식어들은 선수단의 정신력을 갉아먹는 가장 달콤한 독약이다.

KBO 리그에서 타이틀 방어는 단순한 전력의 우위가 아니라, 정상을 지키겠다는 처절한 집요함의 결과다. 지난해 LG가 강했던 이유는 단순히 화력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상대가 무너지길 기다릴 줄 알았고, 틈이 보이면 여지없이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가 여전히 1강'이라는 분위기를 허용하는 순간, 상대 팀들의 투지는 불타오른다. 모든 팀이 LG를 기준으로 한 시즌 운영안을 짠다. 작년 KIA가 겪었던 '공공의 적'이라는 가혹한 환경이 이제 LG 앞에 놓인 셈이다.

야구는 감독의 입이 지배하는 영역이 아니다. 또한 우승은 말로 지켜내는 성벽이 아니다. KIA는 이미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가져온 참사를 겪었고, LG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을 낮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학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해내는 무거운 결과물이다. 묵묵히 전력을 가다듬고 오직 결과로만 대답하는 자세, 그것이 진정한 강팀의 품격이다. 리그는 언제나 겸손하게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를 주지만, 말로 먼저 승리를 선점하려는 자에게는 반드시 그 대가를 묻는다.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공평하며, 침묵 속에서 칼을 가는 자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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