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등 대부분의 국제 경기단체장을 우리말로 ‘회장(會長)’이라고 말한다. 회장이라는 단어는 원래 일본식 한자어이다. ‘모일 회(會)’와 ‘길 장(長)’으로 구성된 회장은 모임을 대표하고 모임의 일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영어 ‘President’를 번역한 말이다.
‘President’는 원래 어떤 단체 수장을 뜻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선 행정부 최고책임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대통령(大統領)이라는 한자어로 번역해 많이 쓴다. 국가원수를 가리키는 용어인 대통령은 일본에서 근대화 번역과정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이다. 원래 ‘통령(統領)’이라는 말은 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군대계급과 보직 명칭으로 쓰였다. 1853년 미국 페리 함대에 의해 개항을 단행한 일본은 미국 필모어 대통령 친서 번역본에서 처음으로 큰 나라인 미국을 예우한다며 ‘통령’ 앞에 ‘큰 대(大)’자를 붙여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에선 프레지던트를 ‘총통(總統)’ 또는 ‘국가주석(國家主席)’ 등으로 번역해 쓴다.
‘President’는 회장, 사장, 총장 등 단체 대표자라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기도 한다. 원래 영어 의미가 회의나 의식을 주재하는 의장이라는 뜻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President’는 앞에 앉는다는 의미인 라틴어 ‘Praeside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접두어 ‘Prae’는 앞이라는 ‘Before’라는 의미이며, ‘sidere’는 앉는다는 ‘sit’의 의미이다.
스포츠에서 ‘President’는 위원장이나 회장이라고 번역해서 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고 책임자는 영어로 ‘IOC President’이며. 공식직함은 ‘President of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번역해 부른다. 예를들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말은 20세기 초 일본에서 먼저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은 ‘IOC President’를 일본식 한자어로 의역해 표기했다. 1920년대부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우리나라 언론은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식 표현을 차용해 쓰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일본 언론 등은 현재 ‘IOC President’를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장(国際オリンピック委員会(IOC)のトーマス・バッハ会長)’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일본에선 위원장이라는 말 대신 회장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쓰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위원장 대신 회장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위원장이라는 말이 위원 가운데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형식적인 대표성을 지닌 표현이라는 점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IOC 최고 책임자의 의미로 적당하지 않다고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본 코너 687회 ‘왜 ‘IOC President’를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도 이제 ‘President’를 위원장이나 회장으로 분리하지 말고 회장으로 단일화해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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