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23] 테니스에서 왜 ‘아마추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3-06 05:06
아마추어 자격문제로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됐다가 64년만에 부활된 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 슈테피 그라프 시상식 모습. [국제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캡처]
아마추어 자격문제로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됐다가 64년만에 부활된 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 슈테피 그라프 시상식 모습. [국제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캡처]
아마추어는 사전적인 의미로 어떤 특정한 것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한자어로 애호가(愛好家)라고 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외래어이다. 주로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쓰는 말이다.

아마추어는 영어로 ‘amateur’라고 쓴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프랑스어 ‘amateur’에서 차용했다. 스펠링도 프랑스어와 똑같다. 라틴어 ‘amatorem’이 어원이며, 고대 프랑스어 ‘ameour’이 변형된 말이다. ‘amateur’의 접두사 ‘ama’는 잡는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접미사 ‘eur’은 명사형을 만드는 의미로 쓰인다. 라틴어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 말은 영어로 ’Love of Fate‘ 또는 ’Love of One's Fate‘로 번역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근본 사유라고 인정한 영원 회귀 사상의 마지막 결론이 아모르파티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때부터 아마추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25년 12월20일자 ‘일부변경(一部變更)된 농구규칙(籠球規則)’ 기사는 ‘전미국(全米國)에잇는『아마추어』(비직업적(非職業的))의 체육연맹맹(體育聯盟盟)에서는 매년칠월(每年七月)마다 운동경기(運動竸技)의 수정(修正)이며또는 개정등(改正等)을 행(行)하는바 지난칠월(七月)에는 전미전문학교체육연맹(全米專門學校體育聯盟)과 함께모히여 일구이육년(一九二六年)부연(年)부터시행(施行)할 농구규칙(籠球規則)의 일부(一部)를 변경(變更)하엿는데 이제 그개요(槪要)를 소개(紹介)하건대 다음과갓더라’고 전했다.
테니스는 이 아마추어라는 명칭 때문에 올림픽에서 64년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는 ‘단절의 역사’를 가져야 했다. (본 코너 922회 ‘‘올림픽 테니스(Olympic tennis)’는 왜 ‘단절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일까‘ 참조) 1877년 첫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을 시작한 테니스는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초대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테니스는 올림픽에서 유일한 구기종목이었다. 하지만 프로 선수 참가 문제로 1924년 파리 대회이후 퇴출당했다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했다.

1924년 파리올림픽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전까지 테니스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1924년 파리올림픽 여자개인전 모습. [국제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캡처]
1924년 파리올림픽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전까지 테니스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1924년 파리올림픽 여자개인전 모습. [국제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캡처]


국제잔디테니스연맹(ILTF)은 1927년 총회에서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일부 테니스 선수들의 아마추어 자격 문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갈등을 빚으면서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IOC가 윔블던 출전을 아마추어 정신을 존중하는 기본 원칙에 위배한다며 ILTF와 심각한 대립을 했기 때문이다.

근대 유럽 스포츠에서 아마추어는 돈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말했다. 그 시절, 하층민은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없었다. 대부분 귀족이나 신사 등 이른바 상류층들만이 아마추어로 자신의 취미를 즐길 수 있었다. 아마추어와 반의어인 프로는 반대로 아마추어의 비위를 맞춰가며 돈벌이를 하는 하류층이나 몰락귀족들을 지칭했다. 현대와는 위상이 정반대였던 것이다. 당시 상류층은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가 보장되는 유한계급으로 프로 뺨치는 실력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20세기 초 대중메체의 등장으로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되었고 스포츠는 전문 스포츠인, 즉 프로가 주도하는 세계가 되었다. 거금이 오가는 판에서 선수들은 더욱 필사적이었고 기량 역시 아마추어를 아득히 능가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은 초창기에 아마추어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아마추어 헌장을 올림픽에서 삭제했다. 오늘날 '즐기기 위한 스포츠'라는 의미의 아마추어리즘은 현재 조기 축구회, 사회인 야구단 등에서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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