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42] 구기라는 말은 어떻게 생겼나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7-05 05:32
핸드볼은 공을 사용하는 구기종목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세계주니어핸드볼선수궈대회에서 한국팀 경기 모습.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캡처]
핸드볼은 공을 사용하는 구기종목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세계주니어핸드볼선수궈대회에서 한국팀 경기 모습.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캡처]
구기라는 말은 공을 사용하는 스포츠 경기의 총칭을 의미한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테니스, 럭비, 미식 축구 등을 말한다. 구기는 일본식 한자어로 ‘공 구(球)’와 ‘재주 기(技)’의 합성어이다. 공을 갖고 재주를 피운다는 뜻이다. 영어 ‘Ball game’을 번역한 말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Ball game’은 원래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3700년전 멕시코 남부에서 유래된 것으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공동체를 위한 의식, 정치 및 사회적 활동으로 둥근 공을 갖고 하는 게임이었다고 한다. 볼 게임은 던지는, 치고, 잡는 등 인류의 본능에 뿌리를 둔 스포츠로 고대 그리스에서도 행해졌는데, ‘스파이리세이스’라고 불렸다.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겨루는 ‘우라니아나’, 현대의 럭비에 가까운 ‘할파스톤’ 등 ​​많은 구기 종목이 있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과 고대 이집트 등 초기 인류 문명에서도 볼 게임과 같이 공처럼 생긴 것을 갖고 즐기는 놀이가 행해졌다.
서양 중세시대에 여러 볼게임이 탄생했다. 테니스의 원형인 주드폼과 타구희 등 귀족적인 운동이 생겨났다. 영국에서 축구는 18세기 무렵 근대 스포츠의 성립과 함께 볼게임으로 발전했다.

‘Ball game’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미국 야구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미국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Ball game’은 1848년 미국 니커보커 야구 규칙이 제정될 때 야구를 대신하는 말로 썼다. 미국 언론들은 야구를 또 다른 ‘Ball game’이라는 말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이후 미국과 유럽 스포츠를 받아들인 일본은 영어 ‘Ball game’를 ‘Ball’은 공을 뜻하는 의미로 ‘구(球)’로, ‘game’를 재주를 의미하는 ‘기(技)’로 번역해 불렀다. (본 코너 1014회 ‘왜 탁구에서 ‘볼(ball)’을 ‘공’이라고 말할까‘ 933회 ’테니스에서 왜 ‘게임(game)‘이라고 말할까’ 참조)

조선왕조실록에서 ‘구기’라는 말이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영향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25년 12월15일자 ‘일본(日本)의운동선수(運動選手) 자격문제(資格問題)와 여자경기제한(女子竸技制限)’ 기사는 ‘구기(球技)=빠스켓 빌례 인또어뻬 스뽈 뎃드뽈 론텐늬스 핑 퐁 기타(其他)뽈께임스’라고 전했다.
현대 구기종목은 각종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야구, 크리켓, 폴로, 하키, 아이스하키, 탁구, 배드민턴, 스쿼시, 라크로스 등은 독자적인 기구를 사용한다.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손이나 발로 하는 구기 종목은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수구 등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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