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구장은 30일, KT 위즈와의 홈 개막 시리즈 마지막 날 연장 혈투의 현장이 됐다. 롯데는 11회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4-4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KT와의 3연전은 1승 1무 1패로 마무리됐고, 롯데의 누적 성적은 2승 1무 5패로 이날 패배한 두산(2승 6패)을 간신히 앞선 리그 9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KT와의 3경기에서 롯데가 생산한 득점은 고작 7점. 이는 타격 빙하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30일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슨의 성적표도 인상적이었다. 6⅓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의 호투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 25일 SSG전 7이닝 1실점에 이은 연속 QS 기록이다. 2-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온 후 불펜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날린 점만이 아쉬웠다.
30일 경기의 과정은 롯데의 현재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4회 나승엽의 연속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5회 레이예스의 희생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그러나 7회 수비에서 불펜 박진이 오윤석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3루수의 실책과 로하스의 희생타로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의 고민은 타격 지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0일 경기에서 10안타를 쳐 팀 타율이 0.205로 간신히 2할을 넘었지만, 하루 전까지 팀 타율은 0.199, 득점권 타율은 0.197에 불과했다. 이는 리그 최하위권 수치다.
방망이에서 안타가 나오지 않으니 자연히 득점도 기대하기 어렵다. 롯데는 8경기에서 단 17점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2.1점에 그쳤다. 팀 평균자책점이 4점대인 상황에서 득점이 2점대라면 승리를 거두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타선의 침묵은 투수진에 더 큰 짐을 지운다. '3점 이상 실점하면 패배'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투수들은 완벽한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롯데의 투수진이 리그 최상위권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초반과 비슷한 상황이다. 타선이 너무 침체되어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상대 투수가 좋다고 해서 안타를 못 치면 승리할 방법이 없다. 결국 주축 타자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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