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골프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이 메이저 대회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오크몬트컨트리클럽(Oakmont Country Club)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 극한의 코스를 뚫고 승리의 깃발을 꽂은 이름은 바로 J.J. 스펀이다.
그 순간을 보며 나는 한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형극지로(荊棘之路).
가시나무와 가시덤불이 뒤엉킨 길, 즉 극한의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여정을 뜻한다.
이 표현은 『사기(史記)』나 『서경(書經)』에서도 사용되며 위대한 성취의 이면에는 반드시 피와 땀의 가시밭길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일 내내 선수들은 스코어를 줄이기보다 잃지 않으려 싸웠고 버디보다는 보기 사수가 목표가 된 희귀한 전장.
오크몬트의 그린은 손끝의 떨림조차 용서치 않았고 러프는 철저히 욕심을 꺾어버렸다.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조차 고개를 숙였고 수많은 샷이 홀 가장자리를 돌아나가며 스코어카드에 상처를 남겼다.
그런 코스에서 J.J. 스펀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안한 리더보드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고 18번 홀 버디로 가시밭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의 스코어는 합계 -1타로 유일한 언더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단 한 타는 수많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좌절의 집합 위에서 홀로 세운 깃발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다시금 느꼈다.
골프란 실력만으로는 안 되는 인내와 집중, 감정의 조절이 빚어내는 서사라는 것을.
그리고 형극지로란 단지 ‘어려운 길’이 아니라 그 길을 견딘 자에게만 열리는 문이라는 것도.
J.J. 스펀의 우승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다.
그는 한 홀 한 홀 가시덤불을 헤치며 걸어온 진정한 골프 여정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수칠 수밖에 없다.
형극지로를 끝내 걸어낸 자에게 그리고 오크몬트라는 시험장을 지나온 모든 선수들에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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