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김 감독은 남은 시즌 동안 엄상백을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과거 2018시즌 풀타임 불펜 경험이 있는 엄상백에게 단기적인 불펜 등판은 낯설지 않았다. 실제로 9월 합류 첫 등판이었던 2일 KIA전에서 그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5일 뒤 멀티이닝 소화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즌 내내 부진을 겪었던 투수가 팀 상황에 맞춰 안정적인 투구를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의 기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올해 불펜 활용은 필요에 따른 임시 조치일 뿐, 김 감독과 구단이 바라보는 엄상백의 본래 가치는 선발 마운드에 있다. 김 감독이 그를 원하지 않았는가. 선발 투수로서의 경험과 역량, 그리고 장기적인 경기 운영에서의 역할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구원 등판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다. 불펜 경험이 있더라도, 그의 진정한 쓰임새는 선발 마운드에서 발휘될 수밖에 없다.
올해 한화는 이미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엄상백의 복귀가 필요하다. 중심 선발로 자리 잡으면 다른 투수들의 등판 계획 역시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팀 전체의 장기적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엄상백의 내년 선발 복귀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한 선수의 역할 이상이다. 팀 전략, 로테이션 안정, 경기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모두 높인다. 구단은 그의 몸값과 기대치를 감안해, 단기적 불펜 활용과 장기적 선발 복귀를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 불펜 등판은 올해 남은 시즌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며, 그의 장기적 가치는 반드시 선발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결국 엄상백의 활용 방향은 명확하다. 올해는 불펜으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하면서, 내년에는 선발로 복귀시켜 한화 선발진의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김경문 감독과 구단은 이를 분명히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엄상백과 팀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그의 장기적 가치와 팀 전략을 동시에 고려할 때, 선발 복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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