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KBO 상벌위원회는 나승엽, 고승민, 김세민에게 각각 30경기, 김동혁에게 50경기의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핵심 내야 자원들의 이탈은 2026 시즌 대권 도전을 선언한 롯데에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팬들의 분노 또한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본보기식 방출이나 무기한 정지 등 강력한 내부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롯데 프런트의 선택은 달랐다.
27일 롯데 자이언츠는 이강훈 대표이사와 박준혁 단장을 포함한 구단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수단의 관리 소홀에 대한 최종 책임을 현장 실무자가 아닌 '윗선'에서 지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도박에 연루된 4명의 선수에게는 KBO의 징계 외에 별도의 구단 자체 징계를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구단이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으며 선수들을 보호막 안으로 끌어안은 셈이다.
또한,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명분을 얻었다. 사건 발생 시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 관행을 탈피하고, 최고 결정권자들이 직접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난하던 여론을 "구단이 정말 쇄신하려 한다"는 신뢰로 돌려세우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에게는 "구단이 너희를 지켰으니, 이제는 너희가 실력으로 속죄하라"는 무거운 부채 의식을 심어주며 정신적 무장을 이끌어냈다.
물론 비판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탈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과 도덕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은 늘 난제다. 롯데는 이번 사태에서 경영진의 희생을 통해 그 균형추를 맞추려 노력했다. 이제 공은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징계를 마치고 돌아올 4인방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오늘의 이 '신의 한 수'가 진정한 구단 회생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감싸기로 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롯데는 벼랑 끝에서 '책임 경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구단의 자존심과 핵심 전력을 모두 지켜냈다. 폭풍우 속에서도 키를 놓지 않은 롯데의 이례적인 행보가 2026 시즌 종료 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야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