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프장을 홍보하는 북한 잡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7065433034125e8e9410871751248331.jpg&nmt=19)
handicap의 어원은 14세기 영국 문학작품에 두고 있다고 한다. 17세기 경마에서 승리의 기회를 고르게 하기 위해 경주마의 기록이나 체중에 따라서 적절한 기수를 배정해주는 방식을 핸디캡이라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17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학생이었던 토마스 킨케이드가 쓴 일기에서 골프 핸디캡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핸디캡 시스템은 일정한 계산방식에 따라 만들어졌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표준적이고 공평한 핸디캡 시스템을 도입했다. 1924년 영국 골프 연합 공동 자문 위원회가 결성된 후에야 표준 스크래치 점수 및 핸디캡 체계가 시작됐다. (본 코너 73회 ‘‘핸디캡(Handicap)’의 ‘캡’은 무슨 뜻일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핸디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5년 4월11일자 ‘동대대경성(東大對京城)OB 농구전단평(籠球戰短評)’ 기사는 ‘제대(帝大)는『코—트』에 익지못한우에 조명(照明)과 장내협소(塲內狹少)의『핸디캡』이 잇섯든 것은 개시직후(開始直後)에 드러가 중견녹자목군(中堅鹿子木君)의 수차(數次)거듭하엿든『풀로』가 불입(不入)된 것으로 알수가 잇섯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골프 뿐 아니라 농구서도 불리한 상황을 핸디캡이라고 표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핸디캡은 본래 불리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출발했다. 실력이 부족한 쪽에 일정한 보정을 주어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발상이다. 실력 차이를 숨기지 않되, 그 차이가 경쟁을 가로막지 않도록 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 개념은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스포츠 문화 위에서 성립한다.
반면 순위는 다르다. 순위는 조정이 아니라 평가의 결과다. 그 안에는 위와 아래, 앞과 뒤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 번 매겨진 순위는 개인의 현재 위치를 고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북한이 핸디캡을 순위로 치환한 것은, 골프를 실력 보정의 게임이 아니라 실력 서열을 확인하는 경기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 스포츠 전반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 체육은 개인의 취미나 자기 성취보다는 조직 내 평가, 집단 속 위치 확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동적으로 변하는 핸디캡 숫자보다, 한눈에 위계를 드러내는 순위가 더 익숙하고 관리하기도 쉽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이념적 이유도 작지 않다. 핸디캡은 초보자에게 타수를 깎아주는 제도다. 북한식 시각에서는 ‘실력이 낮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장치’로 보일 소지가 있다. 형평과 규율을 중시하는 체제 논리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순위 개념이 훨씬 안전하다.
북한 골프 용어의 전반적인 경향도 이를 뒷받침한다. ‘티잉그라운드’는 ‘출발지’, ‘퍼트’는 ‘마감치기’, ‘로스트볼’은 ‘낡은 공알’이라 부른다. 외래어를 배제하는 언어 정책도 이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추상적 개념을 피하고 결과와 행위를 드러내는 표현을 택한다는 점이다. 핸디캡처럼 설명이 필요한 개념은 순위라는 직설적 언어로 대체된다. (본 코너 1694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말할까’, 1702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잉 그라운드'를 '출발지'라 말할까’, 1704회 ‘북한 골프에서 왜 '로스트볼'을 '낡은 공알'이라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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