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골프장에서 아이언 스윙을 하는 골퍼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607094800327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초기 골프 클럽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다. 나무 헤드는 ‘우드(wood)’, 철 헤드는 아이언이라고 불렀다. 재질을 기준으로 구분한 이름이 그대로 굳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오늘날의 번호 체계(3번, 7번 등)가 아니라 ‘Cleek’, ‘Mashie’, ‘Niblick’, ‘Jigger’ 으로 명명했다. 이들 역시 모두 철제 클럽이었지만, 세부 용도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였다. 이후 20세기 들어 미국에서 숫자 체계(3-iron, 5-iron 등)가 정착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언이라는 골프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식 영어 발음이나 일본식 표기가 혼용됐던 것이다. 이 시기 신문 스포츠면과 골프 입문서에서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와 같은 영어식 용어가 그대로 한글 표기로 정착했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 프로 대회 보도가 늘어나면서 ‘7번 아이언’, ‘롱 아이언’ 같은 표현이 언론 기사에 반복 노출되며 일반화됐다. (본 코너 1705회 ‘북한 골프에서 왜 '퍼터'를 '속살 쑤시개'라 말할까’, 1706회 ‘북한 골프에서 왜 '드라이버'를 '가장 긴 나무채'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 골프에서 아이언을 ‘쇠채’라고 부른다. ‘쇠’는 순우리말로 금속, 특히 철을 뜻한다. ‘채’도 무언가를 치는 도구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쇠채는 철로 만든 채라는 의미로 조어 방식 자체는 한국어에서 매우 일반적인 합성어 형성 원리이다. 이 말은 번역이라기보다 직설에 가깝다. 처음 들으면 낯설지만, 곱씹어 보면 이보다 더 정확한 말도 없다.
북한은 골프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미를 해체해 자국어로 다시 짜 맞춘다. 드라이버는 ‘가장 긴 긴나무채’, 퍼터는 ‘속살 쑤시개’라고 말한다. 아이언 역시 쇠채라고 부른다. 이는 재질과 기능을 한눈에 드러내는 방식이다.
쇠채라는 말 속에 자립의 의지가 배어있다.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되, 그 이름만큼은 우리식으로 바꾸려는 태도 말이다. 아이언은 세계 골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두는 이름이고, 쇠채는 자국어의 틀 안에 골프를 들여놓으려는 이름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용어상의 변주가 아니다. 언어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남쪽이 원어의 음을 존중했다면, 북쪽은 뜻을 끌어안았다. 발음을 빌릴 것인가, 의미를 번역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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