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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06] 북한 골프에서 왜 '드라이버'를 '가장 긴 나무채'라고 말할까

2026-02-25 06:47:46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골퍼가 티박스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골퍼가 티박스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외래어 ‘드라이버’는 영어 ‘driver’을 음차한 말이다. 사전적 정의로 일반적인 의미는 나사돌리개나 운전 기사이다. 골프에선 티잉 구역에서 첫 샷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클럽을 말한다. 공을 멀리 날릴 대 쓴다.

골프에서 영어 driver 어원은 영어 동사 ‘drive’에서 출발한다. drive는 고대 영어 ‘drīfan’에서 왔다. 의미는 “몰다, 내쫓다, 밀어내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다”이다. 가축을 몰거나, 무엇인가를 강하게 전진시키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동사에서 ‘행위자·도구’를 뜻하는 접미사 ‘-er’가 붙어 ‘모는 사람’, ‘몰아가는 도구’라는 뜻이 됐다. 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장타를 치는 샷을 ‘driving’이라 불렀다. 이 샷을 하기 위한 클럽을 ‘driving club’이라 했고, 이 표현이 줄어 driver로 정착했다. 드라이버는 1번 우드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기능 중심으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드라이버는 단순한 1번 우드가 아니라, 경기의 시작을 여는 ‘추진자’라는 상징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본 코너 29회 ‘왜 골프채를 ‘골프 클럽(Golf Club)'이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에서 드라이버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 특히 1960~70년대 골프 대중화 초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골프는 1920~3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당시 상류층과 외국인 중심의 경기였고, 일본식 영어 발음을 따른 표현이 일부 사용됐다. 다만 이 시기에는 골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용어가 사회 전반에 퍼지지는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주둔과 함께 미국식 스포츠 문화가 확산되면서 영어 원어 사용이 늘었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군 관련 골프장을 중심으로 미국식 driver 발음과 표기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드라이버를 ‘가장 긴 나무채’라고 부른다. 이는 ‘가장 길다’는 형태적 특징과 ‘나무채’라는 재질의 기원을 결합한 말이다. 사실 드라이버는 1번 우드에서 출발했다. 초기 골프 클럽이 나무로 만들어졌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나무채’라는 표현은 틀리지 않다. 또한 샤프트가 가장 길고 비거리가 가장 많이 나는 특성을 생각하면 ‘가장 긴’이라는 수식도 정확하다. 북한식 명칭은 직관적이고 설명적이다. 북한은 해방 이후 외래어를 가능한 한 고유어로 바꾸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골프 용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티잉 구역을 ‘타격대’, 워터해저드를 ‘물방해물’이라 부른다.

북한의 가장 긴 나무채는 자국어 중심주의와 설명적 언어관을 반영한다. 남한의 드라이버는 국제 공용어 체계와 시장 친화적 환경을 반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표현 모두 기능적으로는 정확하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어원을, 다른 하나는 구조를 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선택의 배경에는 체제의 방향성과 문화적 환경이 놓여 있다.

같은 장비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말을 선택하는 모습은 언어가 곧 사회의 거울임을 보여준다. 드라이버와 가장 긴 나무채 사이의 거리는 단지 몇 글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관과 세계관의 거리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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